20190607-장미정원

2022. 8. 4. 19:27해외여행

6월 7일 금요일, 귀국하는 날이 밝았다.

취리히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오후 6시인지라 오전의 시간을 알뜰하게 보내기 위하여 베른을 들리기로 했다.

따라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하게 서둘러야 했다.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하는 날씨라 가방을 끌고 버스 정류장 근처로 가 통나무집의 처마 밑에 서서 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20여 명은 족히 될 듯한 한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가 우리 건너편 인도를 따라 역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가 모르는 관광지가 이곳에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러 가는가 보다 생각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역에서 내려 베른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넓지 않은 대합실에 앉아 기다렸다.

내가 잠시 역 주위를 돌아보고 대합실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숙소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스쳐 지나갔던 한국인 관광객 중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딸을 데리고 여행 온 젊은 엄마는 어제 밤늦게 이곳 인터라켄에 도착해서 자고 오늘 이른 아침에 일어나 융프라우요흐를 들렸다가 오후에는 밀라노로 가다고 했다.

그런데 가이드가 길을 잘 몰라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기차 시간에 늦을까 싶어 모두들 뛰어왔다고 했다.

숙소에서 이곳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인데 지나쳐 갔다가 시간에 맞춰 다시 오려고 하니 뛰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 초짜 가이드의 고충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매표소 창구 앞에서는 등에 식은땀 꽤나 흘렸을 가이드가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사고 있었고 어린 딸은 이곳에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했는데 뛰는 바람에 머리가 벌써 깻잎처럼 되었다고 울상을 지어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또 다른 일행들은 플랫폼에서 역이라도 사진에 남겨 두어야 한다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내가 오늘 융프라우에 올라가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리가 어제 올라갔을 때 겪었던 상황을 이야기해 주자 짧은 한숨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젊은 엄마에게 잘 준비해서 자유여행으로 오지 그랬냐고 했더니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아울러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듯 말해 아내가 웃고 말았다.

 

젊은 엄마와의 짧은 대화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인터라켄 역을 떠났다.

베른 역까지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튠 호수를 바라보며 인터라켄의 마지막 풍경을 머리에 담아 둔 후 베른에 도착했다.

베른 역은 연방의 수도답게 인터라켄 역보다는 크고 복잡했다.

우선 7개의 가방을 보관해야 할 라커룸을 찾아야 했다.

 

이곳에서는 기계식 라커룸을 이용해 가방을 보관할 수도 있으나 sbb 카페에서 라커룸보다 저렴하게 보관해 준다고 해서 우선 2층에 있다는 카페를 먼저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가방과 열쇠가 그려진 표지판을 따라가니 출입구 근처에 가방 보관소가 있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해서 비어 있는 칸에 가방을 넣고 문을 닫은 후 신용카드를 꽂으면 삐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인쇄되어 나오고 문이 자동으로 잠긴다.

그 영수증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여행이 끝난 후 찾을 때 영수증에 있는 바코드를 리더기에 읽히면 삐 소리와 함께 해당 번호의 문이 열리는 방식이었다.

가장 큰 함을 2개 골라 7개의 가방을 욱여넣었더니 24 스위스 프랑으로 해결되었다.

 

가방 하나당 4,500원 정도였다.

 

장미공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혹시나 해서 화장실을 찾았더니 역시나 유료였다.

모두들 아직은 괜찮다고 해서 10번 버스를 탔다.

베른은 스위스 연방의 행정 수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아레 강이 구도심과 신도심을 휘돌아 감아 지나가고 있다.

베른은 구교의 중심지였던 루체른과 달리 신교의 중심이었다고 하는데 구교와 신교의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슬기롭게 마무리하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한 스위스인의 화합정신을 생각게 했다.

 

베른의 상징은 곰인데 구시가지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곰 조형물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려는 장미공원은 아레 강의 동쪽에 있는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조성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베른의 구시가지가 아름답다고 해서 가 보기로 한 것이다.

 

로즈 가르텐 정류장에 내려 공원에 들어서니 마침 화장실이 보였다.

그런데 무료.

 

다들 기쁜 마음으로 몸무게를 조금 줄이고 나왔다.

 

6월은 장미가 질 때라 장미공원이라는 이곳에서 장미를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경은 훌륭해서 조그만 연못과 잘 다듬어 놓은 가로수길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난간으로 다가가자 아레 강과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심 한가운데에는 교회의 높은 첨탑이 보이고 아레 강을 가로지르는 옛 다리를 시작으로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옛길도 선명하게 보였다.

 

난간에서 몇 걸음 더 내려가니 벤치에 청동으로 만든 사람이 앉아 있었다.

E=mc²를 발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독일계 유대인으로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이다.

베른에 그의 기념 동상이 있는 것은 그가 대학 졸업 후 이곳에 있는 특허사무소의 심사관으로 처음 취직해서 연구 활동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이름의 세계적인 인물상과 마주 앉아 우리도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을 때 도로에 주차한 관광버스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힘겹게 언덕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0608-여행후기  (0) 2022.08.04
20190607-베른  (0) 2022.08.04
20190606-융프라우-피르스트  (0) 2022.08.04
20190605-하더쿨룸  (0) 2022.08.03
20190605-클라이네샤이덱  (0)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