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2-피렌체-산 로렌초 성당-중앙시장

2022. 7. 11. 16:28해외여행

힘들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숙소 인근의 산 로렌초 성당으로 왔다.

이 성당은 이 도시의 군주였던 메디치 가문을 위한 곳으로 가족묘가 성당 안에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미완성인 상태라고 한다.

성당 전면이 다른 성당에 비해 뭔가 허전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이 성당 옆에는 피렌체 중앙시장이 있다.

건물 내에도 건물 밖에도 각종 가죽제품을 파는 상점이 즐비했다.

우리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살 만한 것이 있나 구경하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그만 로고가 박혀 있는 빨간색의 자그만 여성용 손지갑을 발견했다.

가격을 물으니 50유로라고 하길래 과감히 25유로를 불렀다.

손사래를 치는 아랍계 친구를 뒤로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나서니 우리를 불러 세웠다.

진짜 가죽이냐고 물으니 라이터를 켜서 제품 가죽에 대어 보였다.

우리는 결국 2개를 사기로 했다.

본 제품을 가지러 간 사이 그 청년은 나에게 허리띠도 좋다고 사라고 서툰 영어로 권하였다.

나는 허리띠를 사는 대신 그 청년 가게의 무궁한 발전을 속으로 기원해 주었다.

시간이 벌써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중앙시장 안에 있는 2층 푸드코드로 올라가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여러 가지 빵과 고기 제품, 피자, 맛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음식들이 즐비한 가운데 초밥을 파는 곳을 발견하였다.

가격이 다른 제품에 비해 조금 비쌌지만 피자에 질린 우리는 모처럼 한식 비슷한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두 팩을 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생선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저온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밥알이 딱딱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론 이탈리아 여행에서 초밥 종류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샀던 기념품을 가방 속에 잘 숨겨두고 낮잠을 잤다.

자유여행의 좋은 점은 이런 자유로운 일정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일정과 관계없이 피곤하면 쉬고 나가고 싶으면 나갈 수 있어 좋았다.

 

저녁 무렵 부실했던 점심을 보상하기 위해 우리는 모처럼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이곳 피렌체에서는 비스테까, 정확하게는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 스타일의 스테이크-라고 부르는 티본스테이크 요리가 유명한데 고기 숙성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한다.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두툼하게 잘라 레어, 즉 살짝 구워 특유의 소스에 찍어 먹는데 이곳 사람들은 1Kg에 달하는 고기와 같이 나오는 빵 등을 혼자서 다 먹는다고 하니 우리 기준으로는 엄청난 대식가임에 틀림없다.

멋모르고 1인 1스테이크로 주문했다가는 돈도 돈이지만 아마도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두 손 두 발 다 드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하지만 동양인 관광객이 많아짐에 따라 요즘에는 가격도 낮추고 무게도 500g으로 줄여 제공하는 식당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스테이크 전문식당으로는 격조 높은 오래된 전통식당도 있지만 관광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캐주얼 스타일의 식당으로는 달오스테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곳을 찾아 피렌체 중앙역을 등지고 우측 방향으로 걸어갔다.

불행하게도 여기에서도 우리가 마주친 것은 긴 대기 줄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배고픈 여행객들이 7~8팀이나 웨이팅 좌석에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물어보니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다른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식당을 찾아 걷다가 어제 숙소 근처를 지날 때 보았던 식당이 생각났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을 접했으면 식당 입구에 태극기까지 걸어 놓았을까 생각하게 했던 식당.

지나가던 우리에게 눈웃음을 던져 주었던 잘생긴 웨이터가 있던 그 식당.

우리는 고기야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말하고는 그 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곳은 동양인을 많이 접해서인지 500g 스테이크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스테이크 하나를 미디엄 레어로 주문하고, 육식을 즐겨 하지 않는 아내를 위해서는 샐러드와 파스타 그리고 와인 두 잔을 주문했다.

기대했던 대로 고기는 부드러웠고 육즙이 풍성해서 맛있었고 토마토 파스타 역시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피렌체 거리와 두오모 성당 주변을 다시금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와 다음날 여정을 준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