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3-몬테로소알마레

2022. 7. 11. 16:45해외여행

아직까지는 약간 남아 있던 이탈리아 철도청에 대한 나의 불신을 비웃듯 기차는 예정대로 도착하여 우리를 몬테로소에 내려 주었다.

몬테로소는 친퀘테레-다섯 마을이라는 뜻-의 하나로 모두 절벽에 매달린 집과 바닷가의 조그만 해변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이야 상수도가 있고 전기가 있고 기차나 차량이 있지만 그것이 없었을 과거의 삶을 생각해 보면 식수도 구하기 어렵고 곡물을 재배하기에도 공간이 많지 않은 이곳에서의 삶은 마냥 낭만의 눈으로 보기에는 녹녹치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는 국가의 지원으로 삶을 이어갔겠지만 그러지 못한 시기가 더 많았던 이탈리아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민초의 힘겨웠을 삶이 느껴졌다.

우리는 역사를 나와 인포센타에서 하루치 보관료를 내고 가방을 맡기고 동네 산책에 나섰는데 분위기는 남부 투어에서 보았던 포지타노의 축소판 그대로였다.

동네 골목을 돌아본 후 가까운 산 중턱에 있는 성당으로 향하던 우리는 뜻밖의 조형물을 만나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던 오지 말걸 하는 후회하던 마음을 날려 버릴 수 있었는데 아시시의 성자 성 프란체스코와 그가 어디를 갈 때면 항상 따라다녔다는 개의 청동 상이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높지 않은 좌대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오기 힘든 이곳에 성인이 직접 왔었던 것인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그의 명성을 듣고 존경하는 마음에 기념동상을 세웠는지는 확인할 길 없었지만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으로 모실 만큼 그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사람의 마음을 이런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조형물 하나로 여기에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산뜻한 감동을 느꼈다.

우리는 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몇 장의 기념사진을 남겼는데 예상대로 파아란 지중해를 배경으로 검푸른 청동 상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성당은 말 그대로 조촐한 자태로 지중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어서 우리는 힘든 몸을 잠시 쉬고 여기까지 무사하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음을 잠깐의 기도를 통해 감사드렸다.

밀라노로 가기 위해 가방을 찾아 다시 도착한 역 플랫폼.

한쪽에서 남녀 한 쌍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들이 먹고 있는 것은 치즈에 버물린 마카로니와 빵 그리고 생수가 전부였다.

이탈리아 음식은 당연히 우리와는 취향이 달라 약간 짜고 매운맛은 없고 대신 기름지다.

주로 피자, 파스타와 같은 밀가루 위주의 곡물과 육류 그리고 유제품으로 구성되다 보니 찌개와 국과 밥으로 구성된 우리 식탁과 비교해 보았을 때 부족한 것은 수분과 섬유질이었다.

수분은 곁들여 마시는 포도주나 맥주나 다른 음료로 보충할 수 있는데 섬유질은 샐러드를 추가하더라도 우리 식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서 섭취할 방도가 없었다.

따라서 여행 기간 내내 우리는 약간의 변비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들의 느끼했을 식사를 훔쳐보는 사이 기차는 제시간에 도착했고 우리는 밀라노로 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