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3-피사

2022. 7. 11. 16:37해외여행

6월 3일 토요일,

오늘은 기차를 이용해 피사에서 3시간, 몬테로소 2시간 관광 후 늦은 저녁에 밀라노로 들어가는 복잡한 일정을 진행해야 하는 날이다.

기차가 연착하거나 결행할 경우에는 대책이 막막한, 조금은 두려운 일정이다.

아침 일찍 여인숙 같은 호텔의 좁은 식당에서 커피와 빵 등으로 조식을 간단히 해결하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 피렌체 역으로 갔다.

예약해 둔 기차표에 착실히 펀칭을 하고 20분 정도 기다려 피사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탈리아 각 역에는 여행객을 위해 가방 보관대가 반드시 있었는데 피사 중앙역에 내려서도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니 기차역 밖의 별도 건물에 유인 보관시설이 있었다.

10 몇 유로의 다소간 비싸다고 생각되던 하루치 보관료를 내고 가방을 맡긴 우리는 피사 두오모, 피사의 기울어진 탑을 찾아 버스를 탔다.

피사의 중앙에 위치한 두오모는 피사가 중세 해양 도시로 부를 쌓았을 때의 흔적으로 피사의 사탑은 두오모의 일부인 종탑이다.

내륙도시 피사가 무슨 해양 도시냐고 하겠지만 이곳에서 바다까지는 약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아르노 강으로 연결되어 있어 과거에는 해양 무역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기울어진 종탑이 아니었다면 피사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없었겠지만 사탑 이외에는 딱히 볼거리가 많지 않아 피사에서 숙박하며 관광하기보다는 피렌체에서 당일로 왔다 가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피사 두오모,

내부나 사탑에 올라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지만 성당 내부는 이미 질리도록 본 다른 성당과 크게 차별성을 띠지 않고 사탑 위를 힘들게 올라가서 보게 될 피사의 시내 전경도 다른 도시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는 글들이 많아서 우리는 푸른 잔디밭에 둘러싸인 흰 성당 건물과 사탑 주변을 돌면서 사진 촬영에만 열중하였다.

그와 같은 생각은 공통적인 것이라 모두들 잔디밭 이곳저곳에서 사탑을 껴안거나 밀어내거나 머리로 삼각형을 만들거나 하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자세로 사탑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점심식사는 피사 인근 맥도날드에서 버거로 해결하였다.

몬테로 소론 가기 위해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한국인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같이 탔는데 역을 두 정류장 앞두고 허겁지겁 내리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볼거리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촉박한 시간 일정상 역으로 직행하였는데, 나중에 대합실에서 만난 그 여학생들과 다시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내릴 곳을 착각해서 내리는 바람에 자기들은 20분 동안 땀나게 걸어왔다고 말하여 우리를 웃음 짓게 하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내리지 말라고 말렸을 것을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그런 시행착오와 좌충우돌과 우왕좌왕을 통해 추억을 쌓아 가는 것이라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