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LA 이동

2023. 11. 2. 11:48해외여행

3년 만에 다시 떠나는 해외여행.

항공권은 지난 5월 20일에 구매해 두었다.

짐 싸는 건 아내의 몫이라 아내는 한 달 전부터 옷이랑 음식을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걱정하지 말라는 성현의 가르침은 아내에겐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 옷들과 햇반과 죽과 반찬들이 두 개의 가방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항공권을 구매하는 날 와이페이모어 앱에서 가장 뒷자리 좌석까지 지정해 둔터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출발 하루 전 셀프체크인하라는 메일을 받고 진행하던 중 아내와의 좌석이 떨어져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에게 그 사실을 전했더니 실망한 기색이 연연했다.

아내에겐 약간의 분리불안 증세가 있기 때문이었으나 바로 앞자리에 내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나를 위로했다.

출발당일  인천공항 가는 길.

모처럼 전철을 타고 왔더니 무거운 두 개의 가방에 체력이 방전되려 하고 있었다.

수화물을 부치면서 직원에게 좌석문제를 꺼냈더니 거의 만석이라 미안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에어캐나다의 정책은 발권과 동시에 홈페이지에서 좌석을 지정할 수 있었던 것을 몰랐던 나의  잘못이 컸다.

부랴부랴 어제 밤늦게 스마트폰으로 에어캐나다에 접속하여 나머지 비행편의 좌석을 모두 예약해 두었다.

복잡한 보안검색을 마치고 35번 부스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으니 출발시간이 40분이나 지연되다는 공지가 떴다.

밴쿠버공항에서 환승이 1시간 40분이었는데 40분이 사라진 것이었다.

부다페스트 갈 때 폴란드항공의 지연으로 연결  항공편을 놓친 악몽이 떠올랐다.

좌석문제는 다행히 중국계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남성의 양보로 아내랑 붙어가게 되어 해결되었다.

호의를 베풀어준 그 승객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덕분에 10시간 내내 아내는 행복하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환승에 대한 걱정이 10시간의 비행 내내 떠나지 않아 한국 여승무원에게 문의하였다.

그 승무원은 사무장에게 확인해 보고는 같은 비행기에 la로 가는 승객이 11명 있어 늦어지면 연결항공편의 출발시간이 늦춰질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비행기가 땅에 닿자마자 바쁘게 환승을 위해 움직였다.

밴쿠버 공항에서는 환승이 transfer가 아닌 connection이었고 모든 미국행 환승객들은 E구역으로 가야 했다.

다행히 환승객이 많지 않아 보안검색을 10여 분 만에 마칠 수 있었다.

중남미계인 듯한 보안관은 어디에 가는지 며칠 체류할 것인지 등 간단한 질문 외에 얼굴사진과 열손가락 지문 채취 후 우리를 보내주었다.

연결 항공편의 출발시간 15분 전이었다.

E구역도 게이트 번호가 85번까지여서 우리가 타야 할 게이트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조그만 스크린에서 82번 게이트를 확인하는데 스피커에서는 la행 파이널콜이 나오고 있었다.

가볍지 않은 기내가방을 들고 뛸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게이트에 도착해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우리 뒤를 따라 7-8명의 후발주자들도 따라 들어왔다.

환승할 수 있을 거라는 한국 여승무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으나 늦춰질 거라던  비행기는 정각에 출발했다.

다시 3시간의 비행을 거쳐 LA상공에 도달했다.

두 끼의 기내식과 10시간의 장좌불와를 강요했던 지난번 비행기보다는 좌석간격도 넓고 편안했지만 물 외에는 모두 유료였다.

비행기가 la상공을 크게 돌아 바닷가에 있는 공항에 착륙한 덕분에 고도 1만 미터 상공에서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렌터카셔틀을 찾아 타고 차를 빌려야 한다.

그런데 나는 la공항에서 보안검색이 심한 줄 알고 차량인수 시기를 고민하며 몇 차례 수정했었지만 어이없게도 보안검색은 밴쿠버에서 한 것으로 끝이었고 수하물도 바로 나왔다.

아내는 보안검색이 이렇게 간단했으면 라면이라도 가져왔으면 하고 아쉬워 했다.

그러나 규정을 잘 지켜 문제없이 신속하게 통과했을 수도 있으므로 금지품목을 가져오는 모험은 피해야 한다.

도착층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니 바로 렌터카셔틀  탑승장이 보였고 대기하자마자 바로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10분 만에 허츠에 도착해 내려서 흑인 여직원에게 골드회원이라니까 이름을 확인하더니 골드라고 쓰인 곳에 가서 타고 싶은 차 아무거나 가지고 나가라고 말해 주었다.

공항도착이 4시였는데 차 사진 찍고 출발한 시간이 4시 30분으로 일이 일사천리 진행되어 우리를 행복한 어리둥절의 세계로 보내버렸다.

더구나 선택한 말리부는 출고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새 차인 데다 막 세차장에서 나온 듯 물방울이 차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막히는 도로를 거쳐 45분 만에 LA민박 가고파 하우스에 도착했다.

모퉁이 옆집인데 간판이 없어 잠시 헤맸지만 카톡으로 수시로 연락해 두어 길까지 마중 나와 주었다.

차는 마당에 주차할 수 있었다.

벌써 20시간 가까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몸이 천근만근인데 친절한 주인장은 게스트하우스 사용법부터 미국 운전 시 유의점까지 한 시간을 우리에게 투자해 설명해 주어 듣는 내내  몸이 근질거렸다.

주인장이 알려준 미국 운전 시 유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stop 사인이 4개인 교차로에서는 먼저 진입해서 정차한 순서대로 지나간다.

stop 사인이 2개인 교차로에서는 잠시 정차 후 좌우 진행차량이 없으면 지나간다.

우회전시 보행자가 보이면 지나갈 때까지 정차한다.

비보호 좌회전의 경우 직진신호 시 반대편 차량이 없으면 지나간다.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양보해야 한다.

프리웨이에서 속도제한보다 10-20마일 정도 초과해서 달리는 것도 무방하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 색깔이 적색이면 주정차 모두 금지이고 흰색이면 주차가능. 단 주차팻말에 가능시간과 요일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나 심하면 차가 견인될 수 있다.

카메라를 이용한 단속은 없으나 주민의 신고로 인한 벌금이 나오므로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

교통경찰 차에 단속되면 경찰의 지시에 따라 도로 우측에 차를 댄 후 차 안에서 대기해야 하며 차에서 먼저 내리는 등의 위협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위반으로 티켓을 받았으면  온라인으로 납부해야하고 미납하면 렌트카로 조회되어 금액이 올라간다 등이었다.

가만있으면 밤새도록 대화가 이어질 것 같아 결국 주인장에게 현재 우리의 몸상태를 알리고 대화를 마친 후 가져간 햇반과 반찬으로 첫날 저녁을 해결하고 잠에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