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3-더게티.그리피스천문대

2023. 11. 4. 09:48해외여행

생체시계가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해 새벽 2시부터 잠 다운 잠을 자지 못한 채 날이 밝았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더 게티는 미술관이어서 당초 여행계획을 짤 때는 대수롭지 않은 관광지로 여겼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할 때 쯤 먼저 이곳을 방문했던 딸이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준 명소였다.

나는 미술관이니 당연히 아무 때나 가면 되는 줄 알았으나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이 묵고 있는 딸 또래의 처자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어제 오후에 부랴부랴 홈페이지에서 오늘 11시로 예약하였다.

예약을 마치면 확인메일이 오는데 그것을 출력해 가거나 화면에 저장해 둔 다음 보안검색할 때 직원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는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예약증은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가방을 열어 위험물품 검사를 마치면 산 정상에 있는 전시관까지는 트램으로 이동한다.

입구에 도착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출입구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출입문 안쪽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안내브로셔를 받을 수 있다.

친절하게도 한글판도 있어서 우리도 하나 얻었다.

그리곤 각자의 취향에 따라 6-7개의 전시관을 자유롭게 방문하여 감상하면 된다.

이곳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고호의 작품이다.

우리도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건물 주위를 나서면 la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으며 우측계단을 내려가면 아름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초등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와서 곳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조형미가 뛰어난 건축물과 아름다운 정원과 기품 있는 전시작품등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얻을 수 있어 이곳이 la최고의 관광지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을 구경하며 걸으니 배가 고파졌다.

미술관 내에도 간편식을 파는 카페가 있으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먹기로 한 우리는 트램을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미술관 입장료는 무료이나 주차비는 20달러를 내야 하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주차비를 정산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사전결제키오스크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결제가 거부되었다.

어찌 되겠지 하는 마음에 차를 몰고 나와 차단기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 섰다.

이곳에서도 주차카드와 결제용 신용카드를 각기 다른 곳에 넣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같은 곳에 신용카드를 넣으니 애러가 났다.

비상등을 켜서 뒤차가 다른 레인으로 가도록 한 다음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우연히 다른 카드 삽입구를 발견하고 신용카드를 넣으니 정상 결제가 되면서 출구를 가로막고 있던 바가 올라갔다.

여행 내내 주차비 결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더군다나 10분을 운전해서 찾아간 서브웨이에는 전용 주차장이 없어 포기하고 어제와 같이 맥도널드 햄버거로 급히 종목을 변경해야 했다.

인근 지점을 검색해서 갔더니 주차장이 좁은 데다 만석이라 하는 수 없이 드라이브스루로 햄버거를 주문해야 했다.

이도 처음 시도해 본 것이라 스피커를 통해 직원과 메뉴를 정하고 받았는데 이번엔 주문하지도 않았던 감자튀김이 두 개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주문한 것을 잘못받지 않았나 의심하게 되었지만 이미 차는 떠난 뒤라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다음 목적지인 레이크 할리우드 공원으로 가면서 시간이 늦어져 주린 배를 아직은 온기를 품고 있는 감자튀김으로 채우니 조금 기운이 났다.

좁은 산길을 조심조심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로변 주차허용시간은 15분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남은 콜라와 햄버거를 들고 가서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먹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린 배를 채운 후 기념 사진을 남기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은 공원보다는 공원 위쪽 공터인 것을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발견했지만 주차가 불가능해 그냥 아쉬움으로 남겨 두어야 했다.

레이크할리우드공원에서 그리피스 천문대로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해 운전하기 쉽지 않았다.

어렵게 내려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그리피스 천문대로 올라갔다.

하부 주차장은 무료이나 상부 주차장은 1시간에 10달러를 받는다.

도착하면 주차기계에서 먼저 티켓을 뽑아 차에 두고 천문대를 관람해야 한다.

여기서도 나의 무지가 빛을 발해 나는 당연히 더게티 처럼 후불인 줄 알고 천문대 관광에 먼저 열을 올렸다.

그런데 넓지 않은 천문대를 돌다 생각해 보니 선불결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다음의 관람은 주마간산 격으로 마치고 주차기계에 달려가서 티켓을 발급받으려 하니 기계 하나는 고장이고 다른 하나는 안내판의 글자가 마모되어 티켓을 발급할 수 없었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차에 도착해 보니 주차 벌금티켓이 붙어 있지 않아 아직 단속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어 차를 빼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주차비 문제로 오늘만 벌써 두 번이나 곤욕을 치렀다.

거기다 점심식사 마저 힘겹게 해결했으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나의 예상과 달리 주차벌금 티켓이 다른 경로를 통해 발부된다면 여행 이틀 만에 멘털이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관광지는 앤젤스 포인트인데 도착해 보니 어제의 화이트포인트공원 보다 더 볼 것이 없어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다른 다행한 점이 있다면 6달러의 주차비는 없다는  정도.


심신이 이래저래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비스타 헤르모사 내추럴 파크, 마운틴스 레크리에이션 & 컨저베이션 오소러티를 찾아갔다.

고가도로 옆에 있는 도심공원이었는데 여기서도 딱히 볼 것도 할 것도 없었다.

시간이 4시를 넘어가고 있어 어젯밤 숙면을 취하지 못한 여파가 몸 상태에서 느껴지기에 다음 여정인 그랜드 파크 LA 방문을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아내에게 이야기하였더니 그렇게 여유롭게 여행할 것이면 4일이 아니라 3일만 la에서 체류해도 되지 않았느냐며 나를 책망하는 말을 던졌다.

내가 la를 와본 것도 아니고 패키지여행사 직원도 아닌 다음에야 구글 지도와 인터넷 서핑만으로 짠 여행에 허술함이 없다면 그건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은 아닌 것이다.

아내에게 뭐라 할 말이 없어 한인마트로 운전해 가는 내내 입을 다물었다.

여행 이틀 만에 지나치게 여유로운 일정이라는 비아냥으로 삐걱거렸는데 나머지 일정에서는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불면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 심리적 타격까지 더하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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