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3. 09:57ㆍ성당이야기
어릴 때 나는 무척이나 소심한 아이였다.
건강도 좋지 못했던 나는 공부는 그럭저럭 하는 아이였으나 생각이 많은 침울한 성격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어서 특활 활동으로 종교반에 등록하여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을 접했다.
물론 초등학교 다니던 영천에서 크리스마스 날 다른 아이들이랑 조그만 교회에서 사탕을 얻어먹은 것이 생애 첫 경험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앞 교회를 다니다가 지금은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어떤 이의 권유로 개척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대형 교회의 따돌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조그만 교회의 신앙생활은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청소년기의 나에게는 몰입의 계기가 되어 주 3회를 출석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눈에 거슬리게 되어 서로 부딪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금요일 저녁 나는 가출을 단행했다.
갈 곳이 딱히 마땅치 않아 그날 저녁은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선산 고향으로 내려가 큰아버지 댁에서 하루 더 묵은 후 가출 3일째 되던 날 저녁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난리가 났었다.
평소 착하고 말 잘 듣던 장남이 종교 문제로 아버지에게 대들고 나가버렸으니...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머리띠를 두르고 누워 있다 일어나 반겨 주었다.
어린 마음에 신앙의 문제보다 어머니의 안위가 더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에게는 사과 다운 사과의 말을 건네지도 못하고 앞으로 학교생활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에 진학해서 신앙생활을 해도 무방하리라 여기고 위기의 고3을 거쳐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대학생활은 방황의 연속이어서 신앙도 고시공부도 다 뜻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의 아내와의 연애사업만 결실을 맺었다.
오히려 대학생활 내내 나는 불교나 도교 철학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종교는 범신론적 유물론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미안한 일은 고등학교때 다니던 조그만 교회에서 나를 잘 보아주었던 집사님에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대학생이 된 후에도 나를 찾아와 밥을 사주며 신앙의 길을 일러 주셨는데...
그렇게 세월은 흘러 2010년.
아내가 갑자기 가톨릭에 입교하여 세례를 받는다고 하였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에 동 대표로 나서더니 대표회장이던 나의 현재 대부님의 권유로 성당을 다니겠다고 하였다.
나는 나에게 전교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당신의 신앙생활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아내는 처음에는 열심으로 다니더니 2년 만에 냉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혼자 주일 성당을 다니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며 내가 같이 다녀 주면 정말 열심히 다닐 거라며 같이 가자고 졸랐다.
그때는 나도 직장 외에 무언가 다른 사회 커뮤니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고 누님의 수십 년 된 신앙생활과 처제 내외의 신앙생활도 익히 알고 있어서 그러마 하고 말하고 말았다.
사실 종교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종교가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식으로는 충분하게 알고 있었으나 입교를 쉽게 결심할 수 있게 된 것은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성경 구절과 법륜스님의 종교에 대한 즉문즉답을 보고서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보면서 나는 사막과 같이 지루하고 삭막한 인생살이에 종교란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무미건조한 무신론보다는 이런 유신론이 내 삶의 황폐함을 덜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2014년 1월부터 6개월가량의 입문과정을 거쳐 2014년 8월 세례를 받았다.
그러던 참에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성지 111개소를 지정하고 모든 성지의 순례를 마치면 강복장을 주는 행사를 시작하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방문 확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책을 사고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대구 한티 순교성지.
대구 어머니의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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