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8-귀국-여행후기

2022. 7. 23. 15:04해외여행

6월 8일 금요일,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대개 유럽에서 귀국할 때는 2시간 정도 앞두고 공항에 도착하면 되지만 늦거나 내일이라는 비웃음을 듣는다는 폴란드 항공의 연착을 직접 경험한 우리는 한 시간 더 일찍 도착하기로 하고 중앙역으로 갔다.

올 때는 20분을 힘겹게 걸어왔지만 갈 때는 티켓은 비록 없었지만 한 구간의 전철이라도 편하게 타고 왔다.

우리는 프라하 체류 기간 내내 열심히 티켓을 샀고 펀칭했었다.

동양인에 대한 검문은 심하다는 글을 보았지만 프라하 체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검표원을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임승차로 적발되면 벌금이 세다고 하니 우리처럼 운을 시험할 일은 아니다.

 

중앙역에서 내려 지상의 공항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잠시 헤맸지만 출발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고 우리를 태운 공항버스는 40분 정도 걸려서 작은 공항에 도착했다.

가방을 끌고 출국장에 도착하니 티켓 부스가 열리려면 10여 분 정도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아내는 가방을 지키며 의자에 앉아 쉬게 하고 나는 항공편 번호가 나오는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타야 할 항공편 명 옆에 cancel이라는 표시가 떴다.

역시나 폴란드 항공은 귀국할 때에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엔 멘탈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다.

역시 경험이라는 것은 소중한 것이어서 대책이 당연히 있겠거니 생각하고 인포센터로 가서 항공편이 취소되었다고 말하니 폴란드 항공 직원이 있는 창구를 가리켜 주며 가보라고 하였다.

무뚝뚝한 여직원에게 이 티켓을 보여주었더니 당초 출발시간보다 1시간 당겨진 다른 항공사의 보딩패스를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평소대로 2시간 전에 도착했다면 허덕거리며 뛰어야 할 상황이 되었거나 아니면 아예 몇 시간 좁은 공항에서 대기해야 할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유럽의 도시 간 이동은 항공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이렇듯 다른 항공사와의 코드셰어를 통해 취소되는 경우가 많은 듯했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 바르샤바 공항.

하지만 지난번 입국 때 6시간 이상 머물렀던 곳이라 다시 둘러보고픈 호기심이 남아 있을 까닭이 없었다.

대신 무료한 대기시간 동안 무뚝뚝한 여직원이 보딩패스와 함께 준 클레임 안내문을 찬찬히 읽어 본 나는 쾌재를 불렀다.

유럽을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여객기가 6시간 이상 지체될 경우에는 최대 600유로를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즉시 남아 있는 유심칩의 데이터도 쓸 겸 해서 폴란드 항공의 이메일로 우리가 겪었던 연착 상황과 경제적 피해에 대해 장황하고 소상하게 영어로 써서 보냈다.

75만 원을 주고 산 항공권인데 78만 원을 보상받으면 공짜 표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는 기대에 부풀어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귀국 후의 일정은 작년의 이탈리아 여행 후 일정과 대동소이했다.

카메라를 잊어버린 탓에 원본 사진보다는 해상도가 떨어지는 사진들을 추려 모으고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들도 한 곳에 모아 하나의 디렉터리에 저장해 두었다.

작년처럼 포토북을 제작하였고 두 달에 걸친 기다림 끝에 프라하에서 찍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두 개를 대형 브로마이드로 만들어 집안을 장식하였다.

 

손해보험사에 도난 피해 사실을 인터넷으로 접수하고 프라하 경관이 작성해 준 문서도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한 달 정도 후에 20만 원이 지정한 계좌로 입금되었다.

그러나 내심 기대가 컸던 운항 지연에 대한 보상 건은 항공기의 기체 결함 등 항공사의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어 결국 받지 못하였다.

이번 여행은 2017년 이탈리아 여행과는 달리 사건사고가 많았던 여행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아무런 차질 없이 마친 후라 마음이 해이해진 점이 가방 도난으로 이어진 것 같았고 연결 항공편을 놓쳐 첫날부터 일정을 망친 것도 40분 환승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신한 나의 잘못된 의사결정의 결과였다.

그러나 실패에서 얻는 배움은 컸다.

항공운항 체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유럽 문화에 대한 인식도 더 픙부해져 내년의 여행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여행이었다.

이탈리아 여행보다는 일정에 여유가 많아 여행지의 관광명소를 밤낮으로 방문할 수 있어 좋았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서 체력 소모를 줄여 여행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