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9. 10:31ㆍ해외여행-동유럽
다시 쉔부른 역으로 돌아와 벨베데레 궁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쿼티에르벨베데레 역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교차로를 지나 대각선 방향에 있는 것이 벨베데레 궁이다.
벨베데레 궁은 외겐 왕자의 여름 궁전이었는데 벨베데레의 뜻은 옥상 테라스 정도의 뜻을 가진 이탈리아라고 한다.
이곳이 비엔나 관광의 필수 방문지가 된 것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보기 위함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사거리를 지나 길을 가다 보니 방향이 다른 것 같아 갔던 길을 되돌아 좌측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결국 그 길도 잘못된 길은 아니어서 샛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정문에서 바라보는 궁전 건물의 모습이 아름다워 여기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기에는 한계가 있어 중국인 커플로 보이는 관광객에서 사진을 부탁하고 나도 그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이렇게 품앗이로 사진을 찍어 주고받을 수 있으나 간혹 카메라를 들고 튀는 좀도둑도 있으니 나보다 좋은 카메라를 메고 있는 사람 위주로 선별하여야 한다.
우리 부부는 그림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아서 이탈리아 여행할 때에도 미술관 관람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클림트의 키스는 워낙 유명하다고 하고 궁전 조경도 훌륭하다고 해서 이곳을 방문한 것이었다.
전시관 2층 입구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위해 키스의 모조품을 설치해 두고 있었고 원본은 전시관 벽에 걸려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작품의 크기가 컸고 황금으로 금박을 입혀 놓아 색채감이 화려했다.
황금이 비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금박을 덜 사용한 이와 유사한 화풍의 다른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황금색으로 화려한 키스보다는 그 유명세가 덜하지만 유디트라는 작품도 관람하였다.
유디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여성인데 앗시리아에 의해 예루살렘이 포위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의기 논개처럼 적진을 홀로 방문하여 앗시리아 장군의 목을 베어 예루살렘을 구원한 여성이다.
대부분 유디트를 소재로 그린 그림들을 보면 칼과 베어진 장군의 머리가 같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그림은 그런 전통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고 가슴까지 노출한 관능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있어서 아마도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고지식한 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보니 벨베데레 하궁과 그 사이에 있는 기하학적인 정원 조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전망 좋은 발코니라는 벨베데레의 뜻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시 내려온 1층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여성 누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화장에 심취한 여성을 묘사한 것이었다.
이 여성의 손끝에는 실제로 화장용 손거울이 있는데 관광객들은 그곳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조각과 함께 촬영하는 것으로 작가의 유머에 대응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 대열에 참여하여 여성의 음부가 노출된 석고상과 손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동시에 사진에 남겼다. 이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숙소를 정할 때 주요 관광지와의 동선을 계산해 두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숙소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는데 문이 잠겨져 있었다.
일요일도 아닌데 왜 문이 닫혔을까 하고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오늘이 오스트리아의 공휴일이었다.
그 이유는 성체 성혈 대축일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유로...
특이한 것은 공휴일에는 식료품점도 문을 닫는다는 것.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마트의 직원에게도 같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런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조금씩 불편을 나누어 가진다는 사회적 연대의식을 이곳 오스트리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저녁식사와 휴식을 마친 우리는 어제 세탁기에서 장렬하게 생을 마감한 3일권 패스를 생각해 내고는 새로 산 패스의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숭고한 사명감에 불타올라 평소 하던 저녁 운동을 겸해 링스투라세를 다시 가기로 하였다.
트램을 타고 링스투라세의 가장 먼 쪽에 내렸다.
그곳은 다뉴브강이 지나는 곳이었는데 8시쯤 방문했을 때 우리는 강변 좌우 콘크리트 제방 위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폭이 넓지 않은 그 길고 긴 강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비엔나의 젊은이들은 다 모여든 것 같았다.
제방 중간중간에는 버스커들도 있어서 음악도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고 조금 여유 있는 사람은 강변에 늘어선 카페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내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키오스크에서 캔맥주 2병을 사서 그들과 합류하여 강변에 앉았다.
틀에 짜인 패키지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좋은 의미의 해프닝이었던 셈이었다.
그렇게 밤늦도록 검은 다뉴브 강물을 바라보고 강변의 황금색 조명과 수많은 젊은이들과 어울려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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