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8-캄보디아베트남패키지여행-씨엠립공항

2022. 7. 8. 09:48해외여행-베트남.캄보디아

아내는 1남 5녀의 넷째 딸이다.

남자들이란, 특히 경상도 남자들이란 사교성 없고 붙임성 없는 생물이니 그저 가끔 생존 확인이나 하는 정도의 사회성을 가지지만 여성의 삶은 그렇지는 않다.

수시로 연락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프라인의 모임을 가지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생명체이다.

그런 환경 속에 나는 5 자매 4 동서 모임에서 월 회비를 관리하다 보니 실제적으로는 총무 역할을 하게 되었다.

회비가 쌓여 가던 2016년 초 다 같이 해외여행을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얼떨결에 9명 대가족 여행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떠안게 되었다.

먼저 어디를 가야할지 정해야 했다.

다들 여기저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바가 있어 9명의 구성원 모두가 가보지 않은 장소를 찾다 보니 할롱 베이와 앙코르와트가 낙점되었다.

다음은 여행방법.

아직 경제개발이 진행 중인 동남아이고 9명의 이동이나 식사 등에 문제가 많아 단체관광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행히 회사의 복지 사이트에 연결된 해외여행 상품 중에 해당 상품이 시중의 정가보다 10% 정도 할인 가격으로 제시되어 있어 모두의 의견을 구해 10월 말 경 예약하였다.

단체관광 1위 업체인 하나투어였는데 같은 지역을 여행하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숙소의 등급이나 옵션관광이나 강제(?) 쇼핑의 횟수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였다.

물론 노 쇼핑 노팁의 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았다.

의견을 수렴한 결과 그래도 쇼핑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져 노 쇼핑 노팁의 아래 단계인 클래식 등급으로 결정하고 대금을 지불하였다.

그러다가 출발 한 달 전 다시 한번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하나투어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비슷한 일정인데 가격이 더 싼 상품이 나와 있었다.

여행박람회 전용 상품이었는데 여러 번 검색해 보아도 내가 계약했던 상품과 내용이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일정이 처음 계약했던 것은 할롱 베이가 먼저였고 앙코르와트가 그다음이었는데 박람회 전용 상품은 앙코르와트가 먼저인 것 외에는 다른 점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투어에 전화하였더니 군말 없이 계약 변경을 승인해 주고 차액도 환불해 주었다.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였다면 많은 수의 다른 여행객과 섞여 여행 내내 불편하였을 것인데 결과적으로 일정이 반대로 되는 바람에 9명 우리 일행만의 오붓한 여행이 되어 탁월한 선택이 되었고 비용 절감은 덤이었다.

다만 하나 아쉬웠던 것은 동행하는 일행이 적다 보니 출발부터 가이드가 붙을 수는 없는 인원이었고 시엠레아프 공항까지는 우리가 알아서 가야 했다.

나는 1991년 미국 여행을 갈 때 케네디 공항에서 환승한 경험이 있었지만 10여 년도 더 오랜 기억이라 9명 식구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는 다소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그런 나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쏜 살 같이 흘러 여행 당일이 되었다.

안계와 대구와 구미에 사는 자매와 형님들이 각자의 교통 편으로 우리 집에 집결하였고 출발 당일 아침 두 대의 차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인천 공항의 장기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약속된 하나투어 카운터로 가서 항공권을 수령하고 짐을 부친 후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몇 시간의 비행 끝에 호찌민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transfer 표시를 따라 환승 구역으로 이동한 다음 1시간여의 대기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목적지인 시엠레아프 공항에 도착했다.

이 공항은 오롯이 앙코르와트 관광객을 위해 건설된 것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건물까지 이동도 각자 알아서 걸어가야 했다.

입국장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입국심사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이 공공연히 1달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백인 관광객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같은 동양인들, 특히 한국인들에게만 요구하는데 빨리 입국심사를 마치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급한 성격을 악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이드와 동행한 여행객들은 가이드가 여권을 모아 입국심사관에게 제출하면서 급행료를 냈는지 금방 빠져나갔으나 가이드가 없는 우리로서는 입국심사 표를 작성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우여 곡절을 마치고 입국장을 나서니 현지인 가이드가 팻말을 들고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11월의 캄보디아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