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2. 09:30ㆍ책읽기
아마도 대구 원대동의 단독주택에 살 때인 1977년 1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2시나 3시경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의 나이 만13년 8개월.
나는 방광에 가득 찬 내 몸의 잉여를 급히 몸 밖으로 내보낸 후 차디찬 새벽 공기에 쫓겨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투명한 밤하늘 위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무엇이 있었다.
만월이었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번개 같은 상념.
저 달은 언제부터 저 하늘에 떠 있었고 나는 또 언제 어떻게 뭘 하려고 은하계의 한쪽 귀퉁이 태양 시스템 속 3번째 행성 지구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한 귀퉁이인 한반도의 대구라는 지역의 원대동이라는 곳에 발을 딛고 서서 지금 저 달을 보고 있을까?
추위가 날 방으로 몰아넣었지만 그 짧은 순간의 의문은 평생 이어진 나의 화두가 되었다.
나는 무엇을 하러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중학교 다닐 땐 종교부를 선택하여 개신교의 교리를 접했고, 대학에선 후배의 도움으로 불교철학을 접했다.
하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읽게 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내 평생의 의문에 답을 준 책이다.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되어 물질과 반물질의 약간의 불일치가 현재의 물질세계를 이루었고,
물질이 중력으로 뭉쳐 항성이 되어 빛나다가 수명이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무거운 원자를 만들게 되고,
세 번째로 다시 태어난 현재의 태양계에서 지구가 생겨났고,
지금부터 38억 년 전에 유기물이 가득한 원시 바다에 번개가 내리쳐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고,
긴 진화의 끝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설명이다.
그렇다.
나는 별의 후손, 우주의 일원으로 이 땅에 온 것이다.
결국 태양의 탄생과 성장과 죽음과 재탄생의 순환처럼 마찬가지로 나도 나의 생명이 다하면 다시 우주의 일원으로 돌아가 또 다른 생명의 한 부분이 되어 다시 태어날 것이다.
나는 이런 진리를 깨닫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던 것이다.
나는 이런 진리를 알게 해 준 이 책에 무한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만약 나에게 이 세상의 수많은 책 중 한권만 선택하라면 단연코 주저 없이 선택할 책이 바로 코스모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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