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5-모친 상경

2022. 9. 10. 09:00국내여행

36년생인 어머님이 6박 7일 일정으로 상경하셨다.

어머님은 20여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도 내가 사는 산본으로 역귀성 한번 한적 없으실 정도로 엉덩이가 무거운 전형적인 경상도 할머니의 모습을 견지해 오셨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건강이 예년만 못하게 되자 마음이 약해지셨는지 9월 말 내가 대구에 내려갔을 때에는 그동안 한 번도 들르지 않았던 아버지의 산소를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고령의 어머님은 체력에 문제가 있어 산등성이에 있는 산소는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산 밑에서 조카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부친의 산소에서 바라본 전경. 선산의 젖줄인 감천이 멀리서 들어와 왼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같은 날 선산에 있는 외증조부의 산소를 찾을 때는 어머니의 오랜 기억을 바탕으로 가야 해서 잠시 동안 헤매었다.

덕분에 일제강점기 외증조부께서 말을 타고 독립운동하러 만주로 떠난 이후 상해에서의 마지막 소식을 끝으로 시신을 찾지도 못해 허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증조부와 외증조모의 산소. 증조부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유품을 넣은 허묘이고 증조모와의 합장묘이다.

어머니는 준비해 간 제수를 진설하고 잔을 올리고 절을 하신 후 살아서는 이것이 마지막 성묘라고 혼자 말씀을 하셔서 내 마음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머니는 10월 초가 되자 동생이 산본에 집을 사서 이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일주일을 기한으로 상경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상경하는 길에 용인에 사는 장조카 집과 수원에 있는 외손자 집 그리고 일산에 있는 손위 동서 집도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로서는 어쩌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희망을 바탕으로 6박 7일간의 일정을 짜고 두 분 형님과 조카에게 방문 계획을 사전에 조정해 두었다.

 

하지만 긴장해서였는지 상경을 앞두고 두 번이나 응급실을 들리실 정도로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실제 상경하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11월 5일 조카의 차를 얻어타고 누님과 어머니가 상경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