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9. 15:43ㆍ해외여행-이탈리아
언덕길을 올라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가는 핀초 언덕에 다다랐다.
언덕길 중간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버스커를 보았다.
익숙한 선율을 연주하는데 고급진 귀를 가지지 못한 나에게도 상당히 아름답게 들렸다.
그 옆에는 로마 병사 분장을 한두 사람이 나무로 된 로마 특유의 칼인 글래디에이터를 들고 우리를 희롱하였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는 것으로 당연히 몇 유로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웃으며 비켜 지나왔다.
핀초 언덕에서는 로마의 시내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멀리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성당 첨탑도 보였다.
몇 장 기념사진을 찍은 후 양말을 벗고 한동안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누워 피로를 풀었다.
잠깐의 휴식을 마친 후 우리에게 생리신호가 왔다.
다행히 화장실 표지가 있어 가보니 당연히 유료, 그런데 공원이라서인지 사용료가 1인당 0.5 유로였다.
감사한 마음으로 계산원에게 1유로를 내고 우리 부부는 무거운 짐을 조금 덜어 내었다.
핀초 언덕과 이어진 보르게세 공원은 미술관을 포함하고 있는데 로마의 가장 큰 공원이다.
17세기 보르게세 추기경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미술관에는 바티칸 박물관 다음으로 많은 그림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미술에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아 방문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오늘 방문하고자 계획했던 모든 유적지를 두발로 걸어 다녔다.
숙소로 오는 길에 다시 들린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마침 방문한 시간이 미사 시간이었는데, 미사에 참례한 신자의 태도가 가관이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람,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 등등.
사제는 이탈리아인으로 보였으나 부제는 아프리카 계 신부인 듯하였다.
쇠락해 가는 이탈리아의 신앙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실망하는 순간, 내 옆의 빈 복도에 흰색 옷을 입은 이탈리아인으로 추정되는, 키 크고 이마와 콧대가 높은 젊은 수녀님 한 분이 오시더니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 자세는 보통 10분 이상 지탱하기 힘들어 장궤에 팔을 기대거나 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버틸 수 없는 자세다.
여러분도 한번 시험해 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이목구비 반듯한 이 젊은 수녀님은 미사 종료 시까지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이런 수도자가 아직 남아 있어 이탈리아의 가톨릭이 명맥이나마 남아 있지 않을까 감탄하였다.
며칠 후 이 성당을 다시 방문하였을 때는 초저녁 무렵이었는데, 아마도 고등학생으로 생각되는 젊은 남녀 청춘들이 아카펠라라고 하는 무반주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높은 천장에 반향 되어 울리는 아름다운 화음을 들으면서 로마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테르미니역 지하의 슈퍼에 들러 저녁에 먹을 과일과 맥주 등을 사서 숙소로 귀환하였다.
주인장이 우리에게 로마 관광에 대해 정보를 주겠다고 제안해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우리의 계획을 듣더니 두 곳을 더 가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하나는 산 조반니인 라테라노 대성당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칼라 산타였다.
두 곳 모두 인접해 있고, 콜로세움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테르미니역 푸드코트 안에 있는 화덕피자집이 맛있다며 추천해 주었다.
저녁을 한식으로 먹고 조금 쉰 다음 우리는 로마의 야경을 볼 겸 해서 평소 하던 대로 저녁 산책을 나왔다.
낮과는 달리 해가 지자 서늘한 기운이 우리를 감쌌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역 주변이라 하더라도 치안이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로마의 도로 상태가 우리처럼 포장도로가 아니라 돌을 박아 만든 것이라 차가 지날 때마다 덜덜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나고, 청소 상태도 좋지 못했다.
특히 벽에는 온갖 그레피티가 그려져 있어 낯선 이방인에게 다소나마 불안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이렇게 이탈리아 여행의 첫날이 저물었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남부 투어에 나서기 위해 조금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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