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9. 16:11ㆍ해외여행-이탈리아
5월 27일 토요일, 오늘은 스투비플래너를 통해 예약한 남부 투어를 가는 날이었다.
아침 7시 30분 이른 조식을 먹고 집결장소인 로마 호텔 맞은편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숙소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
먼 곳에 숙소를 잡은 어떤 일행은 우버 택시를 타고 출발 직전에야 도착했다.
택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로마의 택시는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우리의 경우 택시가 돌아다니다가 승객을 발견하면 태우고 아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만, 로마에서는 택시가 돌아다니지 않고 지정된 장소에 정차해서 손님을 기다린다.
요금이 비싸다고 해서 아예 탈 생각도 하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데려다주는 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따라서 버스랑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방문했던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주변 공터에도 택시가 죽 정차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용자가 조금 불편하지만 이렇게 해서 로마가 얻는 이익은 상당해 보였다.
우선 도로가 넓지 않은 로마의 교통량을 줄이고 덩달아 대기오염 요인을 줄일 수 있다.
로마의 구시가지에 있는 주요 유적지는 차량이 통행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해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혹시 렌터카로 이탈리아를 여행하려는 사람은 빨간 동그라미 위에 zona traffico limitato 라는 표지판을 주의해야 한다.
우리로 치면 통행제한구역인데 로마같이 좁은 도로로 악명 높은 올드 타운으로 진입하는 통행량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거주민 소유의 차량이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차량이 이 구역 안을 진입하게 되면 최대 340유로의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니 가벼이 볼 표지판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숙소를 정할 때에는 자신의 숙소가 이 구역 안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숙소 측으로부터 진입 허가증을 미리 받아 두어야만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남부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읽어 보니 운전석 쪽은 가는 내내 산 만 바라보게 되어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 일찍 와서 줄을 먼저 서서 운전석 맞은편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이탈리아 고속도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 똑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우리가 모범으로 삼았던 나라가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진출입 방법이나 휴게소 운영, 톨게이트 통과방법 등을 그대로 전수받아 지었다고 한다.
도로는 2차선으로 넓지 않았으나 교통량이 많지 않아 버스는 쾌적하게 달렸다.
이탈리아 버스는 우리와 달리 엄청 높다.
그렇다고 2층으로 승객을 태우지는 않고 저층부를 짐칸으로 쓰는 것 같았고, 문은 앞문과 중문 2개가 있었다.
유사시 탈출을 쉽게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2시간쯤 달렸을 때 버스는 휴게소에 들렀다.
이곳 노동법이 엄격하여 버스는 운행 2시간마다 반드시 쉬어야 하고 운행 후 정기적인 기록 장치 검사에서 휴식시간 없이 운행한 사실이 적발되면 엄청난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휴게소는 우리나라 주유소에 자그만 가게가 붙어 있는 수준으로 자그마했다.
각종 간식과 음료, 간단한 기념품 등을 살 수 있었고 지하에는 무료 화장실이 있어 다들 내려 인생이 무게를 덜어 내었다.
남자 화장실은 한산했으나 여기도 여성화장실에는 길게 줄이 서 있어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유료 화장실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동전함은 마련되어 있었고 누군가 두고 간 동전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에서 주유방법은 우리와 조금 다른데 먼저 비어있는 주유기에 차를 주차하고 셀프서비스로 주유를 한 다음 가게에 들러 계산원에게 몇 번 주유소라고 말하면 현금이나 카드로 계산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져 주유 후 그냥 도망치는 사람이 늘어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양을 주유하면 종업원이 뛰어나와 주유구를 지켜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쉬는 동안 가이드를 맡은 구릿빛 피부의 잘생긴 한국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미혼이고 그냥 로마가 좋아 체류 중인데 언제 귀국할지는 자기도 모르겠다며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버스는 다시 달려 경치 좋기로 유명한 아말피 가도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도착한 폼페이.
서기 79년 8월 근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며 주변에 뿌린 화산재로 하룻밤 사이에 덮여 잊혀진 고대 로마제국의 휴양도시.
근 2천 년을 땅속에 묻혀 있다가 1748년에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한 이래 아직도 계속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도착했을 때는 오전 10시쯤.
5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잘생긴 한국청년 가이드는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명에 열중했다.
멀리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의 산 정상 부분은 폭발의 흔적을 아직도 보여 주며 움푹 패어 있었고, 발굴된 폼페이의 시가지는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박석으로 포장되어 있어 마차가 다니면 꽤나 덜컹거렸을 도로와 기둥만 남은 집, 광장, 공공건물을 지탱해 주었을 화려한 장식의 대리석 기둥들, 검투사 연습장, 반원형 극장, 그리고 의문의 빈 공간에 석고를 부었더니 모양을 드러낸 사람이나 개 등의 석고 모형들, 목욕탕, 급수시설 등등. 과거 화려했던 그 모든 것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우리 눈앞에 비현실적 모습으로 펼쳐져 보였다.
5월의 폼페이 하늘은 콕 찍으면 파란 물이 쏟아질 것처럼 투명하게 푸르렀다.
약 두 시간에 걸친 폼페이 유적 관광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가 추천하는 근처 식당을 향했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주로 제공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냥 파스타와 빵 그리고 음료 등이 나왔다.
가격은 1인당 20유로로 저렴하지는 않았으나 단체식이다 보니 주문이 까다롭거나 좌석 비용이나 생수 비용 같은 추가 요금은 요구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다른 식당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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