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4-밀라노-두오모

2022. 7. 12. 09:46해외여행

6월 4일 일요일,

오늘은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하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빵과 커피로 조식을 마친 후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탈리아 여행 기간 동안 두 번의 주일을 지키게 되어 있어 우리 부부는 현지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하였다.

원활한 미사 진행을 위해 인터넷으로 한글-이탈리아어 미사 전례문을 검색하여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고 한글-영어 본과 영어-이탈리아어 본 만 찾을 수 있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 한글-영어-이탈리아어 본으로 편집하여 출력해 가져왔었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바티칸 박물관 관람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어 주일 미사 대신 화요일 미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고 이곳 밀라노에서는 그 출력물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하여 애써 만든 세 나라 언어로 된 미사 전례문은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숙소에서 10여 분을 걸어 도착한 밀라노 대성당.

미사 참례자도 성당 안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색을 받아야 해서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우리도 그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다.

마침 우리 뒤에는 어린 소녀와 할머니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몇 마디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자기들은 여기서 100여 km 떨어진 곳에서 왔는데 모처럼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기 위해 먼 길을 왔다고 하였다.

로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박한 신앙심을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밀라노의 대주교가 상주하는 두오모 대성당인 만큼 대주교의 집전으로 이루어지는 교중미사는 장엄했다.

10여 명이 넘을 듯한 사제와 보좌주교와 복사단들이 십자가와 성경과 촛불과 향합을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입장하여 좌정하였다.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4부로 이루어지는 성가대는 특이하게도 전원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고음의 두 부분은 아직 변성이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맡고 있는 듯했다.

신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화음에 여성의 음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가득했을 중세에는 어린 남자 단원의 변성으로 더 이상 고음 부분의 성가를 부를 수 없는 일을 막고자 고환을 제거하는 고통까지도 감내했다고 하니 신앙이 굳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 지금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고딕 양식의 장엄한 밀라노 대성당에는 벽면과 천장을 장식하는 화려한 벽화가 없는 대신 스테인드글라스가 곳곳에 있어 어두운 실내를 다양한 색채의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하염없이 높은 장식 없는 기둥과 천장 사이를 웅장한 백파이프 오르간의 저음과 화려한 남성 4부의 화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휘감아 돌았다.

우리나라의 일반 교중 미사와는 다르게 특별한 축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합을 들고 있던 복사는 미사 예절 매 단계마다 엄청난 훈향을 흩뿌려 제대 근처에 있는 신자들의 목을 따갑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앙 제대 부근의 벽과 천정이 다른 곳보다 더 검게 보이는 것은 미사 때마다 대량으로 흩뿌려진 훈향의 누적된 결과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의 교중미사는 대개의 경우 지루했지만 밀라노 대성당에서 봉헌한 한 시간에 걸친 장엄한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우리는 멀리 이국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바쳐지긴 했지만 나름 주일 미사를 빠지지 않고 드릴 수 있어 뿌듯했고 저음과 고음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화음에 티켓값이 비싼 공연회를 관람한 듯한 감동을 더불어 느껴 행복했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604-밀라노-스포르체스코성  (0) 2022.07.12
20170604-밀라노-갤러리아  (0) 2022.07.12
20170603-밀라노-시에나호텔  (0) 2022.07.11
20170603-몬테로소알마레  (0) 2022.07.11
20170603-피사  (0) 202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