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0-40년만의 역귀성

2022. 9. 10. 15:26이런일저런글

1982년 학업을 위해 대구를 떠난 지 올해로 40년.

그동안 명절 때가 되면 대구로 귀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차표를 예매하거나 엄청난 차량의 파도 속을 뚫고 왕복 9시간의 험난한 운전을 감내해야 했었다.

그러다 장인 장모님도 돌아가시고 동생이 군포로 이주하자 대구에 홀로 계신 어머니는 역귀성을 생각하셨으나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올해 설은 건강상의 이유로 결행하지 못하셨다.

여름을 무사히 견뎌내신 어머니는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셨는지 이번 추석은 내 집에서 보내시겠다고 누님과 함께 상경하셨다.

덕분에 나와 동생은 처음으로 귀성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

대략 2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다가왔다.

제사는 안 지내지만 삼색 나물과 전과 수육과 탕을 준비하기로 하고 식재료 준비부터 시작했다.

수육용으로 돼지고기 3kg, 육전용 소고기, 탕용으로 등심과 안심 각 400g을 준비하고 전을 부치기 위해 배추와 부추 그리고 파를 준비했다.

도라지와 고사리는 처형의 원조를 받았고 모자라는 야채는 오이 볶음으로 갈음했다.

동태전과 조기는 제수씨가 준비해 오기로 했음에도 식재료 구입에만 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어제는 대략 3시간의 노동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나는 육전과 배추전을 담당했고 누님은 수육과 부추전과 파전과 탕과 나물을 볶았다.

아내는 이 모든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긴 시간을 서서 전을 부치니 허리가 아파왔다.

명절 아침.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금정 성당에서 차례 미사로 대신했다.

삼 자매 형제가 2015년부터 가톨릭으로 신앙을 함께 하고 어머니까지도 누님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례 미사 후 수원에 거주하시는 자형과 조카까지 10명의 식구가 모여 즐겁게 식사를 같이 나누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설거지와 청소...

남편이라는 내가 도와준다고는 하나 마무리까지는 모두 아내의 몫이다.

가사노동은 멈추지 않는 쳇바퀴 같은 것.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고생한 아내와 먼 길을 역 귀성하신 어머니 그리고 수행비서 누님에게 감사한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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