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3. 15:49ㆍ이런일저런글
대학원을 졸업한 딸은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kx라는 외국기업에 입사했다.
2년을 잘 다니던 아이는 회사의 미래에 비전이 없다며 좋은 보수를 포기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야겠다며 원서를 넣었다고 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치러진 시험에서 문제를 반 밖에 풀지 못하였다고 툴툴거리더니 합격통지를 받았다고 말해 우리 부부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어느새 3년 차.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중지되었던 가족 초청행사가 재개되었다며 우리를 초대했다.
경상도 김해 김씨 반가의 규수인 아내는 공식행사에는 반드시 의관부터 정제해야 하는 고지식한 성격이라 며칠 전부터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나에게 까지 미쳐 두발정리는 물론 드레스코드까지 세심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마침내 중추가절 일요일에 온 가족이 도착한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오늘을 기다려온 많은 가족들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여들었다.
이곳은 사기업의 공장이지만 국가지정 보안시설인지라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보안검색대를 거쳐야 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usb 사용 방지를 위해 보안필름을 부착해야 한다.
친절한 보안직원이 직접 스마트폰을 받아 꼼꼼하게 스티커를 붙인 다음 돌려주었다.
10시 45분..
정해진 시간에 101호를 가득 메운 가족들을 대상으로 행사개요, 센터장 인사, 혁신센터 업무 소개, MBTI소개가 이어진 다음 버스에 탑승하여 넓은 공장을 다니며 공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았다.
이어서 주어진 자유시간에는 사무실 견학과 공원에서 가족사진 촬영이 이어졌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은 메뉴의 점심식사를 함께 하였다.
평소 같으면 억대 연봉의 직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본업에 충실했겠지만 오늘은 방문한 가족의 사진 촬영을 위해 비눗방울을 날려주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1시 50분에 최초 집결지에 다시 모여 7층 견학실로 올라가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공장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부모를 모시고 온 직원도 있고 부인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있었는데 모두들 직원의 간섭없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반도체 제작과정에 놀라움의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10여분 정도 둘러본 반도체 제작 과정은 TV 화면에서나 접하던 모습으로 마치 공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로봇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반도체 생산 라인을 관람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은 끝이 났고 추첨을 통해 3 가족에게는 티셔츠를, 오늘 행사에 참여한 모든 가족에게는 한우와 과일 선물세트를 제공해 참가한 모두가 환호성을 올리며 좋아하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의 소유이지만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딸에게 이 땅에 태어난 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의무, 즉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하는 과업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해 주었다.
운전에 집중하느라 귀만 나에게 빌려 주었던 딸 역시 우리가 기쁘게 행사에 참여해 주어 보람찬 하루였다고 화답해 주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로 이직하기 전에 외국계 회사에 취업하여 딸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을 때 이미 나의 사회적 생물학적 의무는 끝이 났었다.
그때로부터는 잉여의 삶이었던 셈이다.
기쁨은 이웃과 나누면 더 커지는 법.
한우 선물세트를 평촌에 사는 처형과 함께 나눠 먹기 위해 저녁시간에 방문하여 온 식구가 한우 구이 만찬으로 복된 하루를 마감하였다.
추신...행사가 끝난지 두 달이 지난 12월 27일.
방문 기념 사진이 예쁜 액자에 담겨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것도 2개나...
하나는 거실에, 나머지 하나는 서재에 놓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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