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9. 10:29ㆍ이런일저런글
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친 사흘동안 외출을 삼가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무료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을 보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입학의 수재였으나 선물거래로 많은 빚을 진 상우.
자동차공장 생산직원이었으나 해고되어 사채에 시달리는 주인공 기훈.
탈북하여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소녀 새벽.
보스의 돈을 훔쳐 필리핀 카지노에서 탕진하고 쫓기는 폭력배 덕수.
사기 전과 5범의 여자 미녀.
목사인 아버지가 어린 자신을 능욕한 것도 모자라 어머니를 죽이자 그런 아버지를 죽인 소녀.
악덕사장에게 일한 대가를 제 때 받지 못한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 알리.
30년간 유리공장 노동자였던 이.
뇌종양을 앓고 있는 자산가이나 사는 것이 재미없어 재미로 게임에 참가한 노인 일남 등...
더 이상 떨어질 데 없는 곳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456억 원의 상금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게임.
그런데 생사를 걸어야 하는 그 게임이 우리 세대라면 익숙했을 무궁화놀이, 달고나,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에 마지막은 오징어라니...
하루에 두 편, 한 시간씩 보았는데 다음 편이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흡입력이 대단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전개와 곳곳에 숨겨 놓은 반전 코드, 배우의 열연.
거기에 더해 인간의 잔혹함을 충족시켜주는 피비린내와 적절한 신파와 휴머니즘까지...
설국열차나 기생충 같은 사회비평적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처럼 전편에 걸쳐 끝까지 긴박감과 흥분을 자아내는 영화는 처음인 듯하다.
드라마를 보던 중 시신의 장기를 적출하는 장면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이 나왔던 아일랜드라는 영화가 떠올랐고 vip들이 경마 구경하듯 참가자의 생사를 건 게임을 지켜볼 때는 콜로세움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투사를 지켜보며 환호하는 로마 원로원 귀족이나 시민이 연상되었다.
또한 vip의 대부분이 서양인으로 설정된 것은 아직도 자본으로 제3세계에 빨대를 꼽고 그들의 고혈을 짜 내고 있는 유럽의 대규모 투기 자본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원시 공동체 사회를 떠나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무리를 이루고 사는 이상 돈을 떠나 살 수 없다.
인류는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먼 길을 와 버렸다.
그러나 지금의 빈곤층은 본인의 야망 탓도 있겠지만 사회구조적 실패로 인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장치를 우리 사회가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이 드라마가 보여주듯 돈을 향해 죽기 살기로 나서야만 하는 사회적 야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70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노인빈곤율 1위, 자살률 1위의 멍에는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여 돈을 벌고 오스카상까지 받아 작품의 완성도까지 인정받았으나 이 영화의 바탕이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씁쓸함으로 남는다.
'이런일저런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214-진진김밥 (0) | 2023.02.14 |
---|---|
20230110-매생이굴떡국 (0) | 2023.01.10 |
20230104-백고동숙회와 눈덮힌 반월호수 (0) | 2023.01.04 |
20221228-아바타 물의 길 (0) | 2022.12.28 |
20221023-삼성전자 가족초청행사 (0) | 202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