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1-피렌체-알도브란디니호텔

2022. 7. 11. 11:39해외여행-이탈리아

피렌체에서의 여행 계획은 처음부터 어려운 선택의 연속이었다.

우선 체류 날짜.

 

우피치 미술관과 명품 아울렛이 문제였는데 이곳을 관람하려면 바티칸 박물관 수준의 대기행렬을 만날 수 있다고 하고, 아울렛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최소 4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결국 명품 쇼핑과 미술에 큰 관심이 없었던 우리는 이 선택지를 제외하였고 결과는 2박으로 낙착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숙소.

이곳의 물가는 아시시는 물론이거니와 로마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아무리 검색해 보아도 15만 원 이내의 비용으로 올드타운 안에 있는 좋은 위치의 평점 좋은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고심 끝에 숙소의 평점보다는 위치와 가격에 방점을 두고 고른 곳이 산 로렌초 성당 앞에 있는 조그만 알도브란디니 호텔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우리나라의 여인숙 수준이어서 결과적으로 아내에게 무척 민망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6월 1일 목요일.

숙소에서의 해프닝은 잠시 후 벌어질 일이고 우리는 아시시에서의 평화로운 이틀을 마무리하고 피렌체행 기차에 올랐고 정해진 시간에 피렌체 중앙역의 화려한 건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숙소 위치는 중앙역과 피렌체 두오모의 중간지점.

우리는 무거운 가방을 끌고 걸어서 이동했다.

두오모는 돔의 이탈리아식 발음으로 둥근 반 원형의 돔을 가진 큰 성당을 말하며 대개의 경우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는 주교좌성당을 말한다.

따라서 두오모는 대개 이탈리아의 큰 도시마다 1개씩은 있고 보통은 올드타운의 한가운데 성당 전면에 광장을 끼고 서 있기 마련이다.

피렌체는 플로렌스라고도 하는데 꽃을 뜻한다.

꽃의 도시.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꽃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피렌체는 토스카나 공화국의 수도였는데 이탈리아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도시로 여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아르노 강을 끼고 형성된 도시다.

근대에 들어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등의 인물을 배출했고 오랫동안 메디치 가문의 지배를 받았다.

교황청과의 금융대부를 통해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상속자는 모든 재산을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하면서 단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는데 그것은 기증하는 모든 유물이 피렌체 도시 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할 수밖에 없어 후세의 먹거리 문제를 관광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안배한 결과를 만들어 냈으니 그 놀라운 안목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호텔 리셉션이 2층에 있고 1층 출입문이 2개인데 시간을 지체하면 자동으로 잠기므로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2번째 문을 열어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날 수 있다.>>

처음 걷는 길이니만치 약간의 방황은 필수로 해서 문제의 호텔 정문에 도달했다.

이름은 호텔이나 여인숙 수준이다 보니 1층에 별도의 출입구가 없고 2층에 접수대가 있는 구조임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것도 모른 채 벽에 붙어 있는 조그만 호텔 간판을 확인하고 벨을 누르니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무거운 가방을 끌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접수대는 없고 또 다른 철문이 저 멀리 보였다.

순간 당황한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접수대를 찾았으나 없는 접수대가 보일 리는 없는 일.

잠시의 시간이 흐르자 전면의 문이 다시 “찡”하는 소리와 함께 잠기고 말았다.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

아내도 당황했는지 나보고 전화라도 해 보라고 재촉하였다.

마침 좌측 출입문이 보여 그곳이 호텔 입구인가 하고 벨을 누르니 떨떠름한 표정의 남자가 나왔다.

나는 미안하지만 여기가 호텔이 맞냐고 영어로 물었다.

이런 일을 자주 겪는지 그 남자는 아무 대답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주머니 속에 있던 열쇠를 꺼내 앞에 있는 문을 열어주고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는 오래된 건물의 반질거리는 계단으로 낑낑거리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올라가 나무로 된 출입문 앞에 붙어 있는 호텔 이름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드웨어가 부실하면 소프트웨어라도 좋아야 생존이 가능한 것이 세상 이치일까?

우리를 맞이해 준 호텔 주인장은 호쾌한 목소리로 웰컴을 외쳐주어 우리의 당황스러웠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숙박객 명부를 작성하기 위해 내민 나의 여권을 보더니 어제가 생일이었냐며 해피 버스데이를 연발해 주어 우리 기분을 즐겁게 해 주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3층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접수대 옆에 있는 나선식 철제 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는데 좁은 계단에 크고 무거운 가방을 옮길 일에 난감해할 틈도 없이 그 씩씩한 주인장은 툭 튀어나온 배를 가지고서도 날렵하게 우리의 무거운 가방을 힘들이지 않고 3층으로 올려 주었다.

아시시의 저렴하고도 고급스러운 호텔보다는 당연히 못하였지만 방의 청결상태나 구조, 공간 등은 다행히 만족할 만했다.

잠시의 휴식과 짐 푸는 시간을 가진 후 우리는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여기도 로마에 못지않게 관광객이 많아 올드 타운 전체가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