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0-낯선 중세

2024. 2. 20. 10:45책읽기

중세를 다룬 역사서 낯선 중세를 읽었다.

저자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유희수.

대략 1,000년의 기간을 의미하는 유럽의 중세는 로마제국이 망한 476년부터 르네상스가 일어난 15세기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로마가 쇠퇴하기 시작한 기원 후 300년 대 게르만족이 서유럽으로 밀려 들어오며 고대사회가 붕괴되고 중세가 점진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르네상스가 시작된 15세기는 오히려 중세의 영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기로 실제적인 중세의 영향은 산업혁명시기까지 미친다고 책에서 말한다.

우리의 역사를 반추해 보아도 고려의 불교는 민중에게 깊게 뿌리내려 있어 유교를 국교로 하는 조선이 건국되고 난 후 불교를 대체해서 유교가 민중에게 자리 잡은 때는 3-4 백 년이 지난 후에서야 일어난 일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의 변화는 칼로 두부를 자르듯 딱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교체를 통해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제사를 거창하게 지내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유럽이 인도나 중국대륙과 달리 분열의 역사가 지금까지 지속된 것은 다양한 민족과 복잡한 지형 탓이긴 하겠으나 게르만 부족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게르만족은 자녀균분 상속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 부모세대가 이루어 놓은 성과를 그대로 자녀 세대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자녀들은 조그마하게 쪼개진 유산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고 늘 투쟁하면서 국력을 소모했다.

게르만족의 소모적인 상속전통은 수백 년의 소모적인 전쟁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난 후 11세기에 들어서서 장자우선 상속으로 바뀌게 되고 이는 중앙집권적 근대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큰 흐름 외에 관혼상제 같은 중세인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중세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 기근, 질병 같은 수많은 난관을 딛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 온 중세인이 있었기에 현대의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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