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할머니의 내리사랑

2024. 9. 13. 11:58이런일저런글

추석을 맞아 모처럼 어머니가 역귀성하겠다고 지난주 알려준 이후 갑자기 통풍의 고통이 90을 앞둔 어머니에게 덮쳤다.

옆에 24시간 붙어 돌보는 누님이 병원으로 모셔가 진단과 처방을 받고 증세가 나아진 후 이번엔 폐에 물이 차 호흡이 어려워져 경대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대 정원 확대문제로 응급실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행히 어머니를 치료했던 의사가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연세가 있다 보니 건강 상태가 늘 흐렸다 개였다 하는 날씨와 같아 돌 보는 누님의 수고가 끊이지 않는다.

결국 역귀성은 물 건너 가 우리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걸쳐 1박 2일 동안 어머니의 병문안을 위해 대구를 다녀왔다.

오는 날 어머니는 누님에게 말해서 어머니의 계좌에서 현금을 찾아오게 하였다.

그러고는 봉투마다 서툰 글씨로 손자 손녀의 이름을 직접 쓰시곤 아마도 마지막 용돈일지도 모른다며 10만 원씩을 넣어 주셨다.

그나마 누님의 만류로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하사 금액이 줄었다고 하였다.

손자녀 속에는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직원이 둘이나 있지만 할머니에겐 다 같은 손자녀인가 보다.

이번 상경할 때 손자손녀들이 다 같이 모이면 실행하려던 어머니의 깜짝 이벤트였는데 직접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셨다.

딸에게 전해 주라며 마디 굵은 손으로 봉투를 우리에게 주셨다.

손자 손녀에 대한 할머니의 내리사랑이 바다와 같이 넓고도 깊다.

덕분에 올 해 추석 미사는 누님 차지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