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 16:39ㆍ해외여행-멜버른.시드니
10월 26일.
시드니에서 보낼 마지막 하루가 밝았다.
어제까지는 오페라하우스나 하버브리지 같은 바닷가 인근의 명소를 보았다면 오늘은 박물관과 쇼핑센터 같은 시내 명소를 돌아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익숙하게 304번 버스를 타고 25분 만에 하이드파크에서 내려 공원을 가로지른 다음 시드니 뮤지엄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아이들을 동반한 관객이 많았다.
200년 전 제임스쿡이 호주를 발견했을 때 원주민인 애보리진은 석기시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말을 타고 총으로 무장한 유럽인은 시대를 훨씬 앞지른 고등문명을 보유한 외계인 같았을 것이다.
결국 그들의 삶의 터전에는 유럽인들이 밀고 들어와 오늘의 호주를 이루었다.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인류의 많은 집단이동 과정은 항상 폭력을 동반한다.
구약성경을 보아도 그 잔인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호주 원주민이 유럽인의 입장이 되어 선진 문명을 일구고 그 후 미개한 유럽을 정복한다는 가정을 해 보아도 그 과정과 결과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결국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자 인간의 한계일 것이다.
박물관은 깨끗했으나 전시물이 많지는 않아 30분도 채 되지 않아 관람을 마쳤다.
이어서 수변공원 맞은편에 있는 세인트메리 대성당으로 갔다.
긴 회랑의 좌석 앞부분에는 12시 미사를 올리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화려한 제단과 스테인글라스의 장미창이 아름다웠다.
지하로 내려가자 조그만 감실이 있고 소박한 제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내는 갑자기 신앙심이 뿜어져 나와 미사를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성당을 나와 길을 건너니 아치볼드 분수가 보였다.
그리곤 세 번째 목표인 스카이데크로 갔다.
하지만 출입구도 찾기 어려웠고 푸드코트도 아직 열기 전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퀸빅토리아빌딩으로 갔다.
가는 길 좌우에는 명품숍이 늘어서 있어 두 여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내와 처형은 의류매장에 들어가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사이 나는 거리의 벤치에 앉아 홀로 여행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사람과 차가 많은 도심 한복판임에도 공기가 맑고 기온도 서늘해 여행하는데 좋았다.
다시 합류한 우리는 퀸빅토리아 빌딩으로 갔다.
높고 현대적인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심에서 이 빌딩은 나지막한 고풍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내부는 카페와 매점으로 가득 차 있다.
층을 바꿔가며 눈요기를 마치니 배꼽시계가 울렸다.
처형이 조카가 지원해 준 자금을 푼다며 이곳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자고 하였다.
레벨 1에 있는 셔월을 찾아갔다.
마르게리따 피자와 수제버거와 샤슬릭과 콜라 2캔을 주문했다.
도우가 부드러워 맛있었는데 아내는 멜버른의 와이너리에서 먹었던 피자보다 더 맛있다고 하였다.
수제 버거는 그저 그랬다.
양이 많아 샤슬릭의 밀가루 피와 버거의 빵 반쪽을 남겼다.
121.8 aud, 한화로는 108,000원이 나왔다.
비싼 점심을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먹었다.
다시 쇼핑 타임.
아내는 조금 전 지나왔던 차 없는 거리를 다시 가고 싶어 했다.
기억을 더듬어 왔던 길을 되짚어 쇼핑거리에 다시 왔다.
나는 다시 길거리 벤치를 지키는 멍멍이가 되었고 두 여인은 다시 쇼핑에 나섰다.
잠시 후 혼자된 나를 걱정하여 두 여인은 나타났고 우리는 합류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3시 40분이었다.
어제에 이어 피곤한 몸에 낮잠으로 기력을 보충해 준 다음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퀸빅토리아 빌딩 부근으로 갔다.
가는 길에 시청사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헤매다 신전떡볶이 집에서 비빔밥과 떡볶이세트로 저녁을 먹었다.
약 88 aud가 나왔으니 8만 원 정도였다.
떡볶이를 먹은 것 치고는 비싼 값이었다.
이곳도 식사할 때 한국인은 우리뿐이고 나머지 좌석은 모두 현지인이 앉아 다양한 한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한식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음식이 된 모양이다.
해가 완전히 져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오페라하우스를 보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천천히 돌아 나오는데 불꽃 소리가 들려왔다.
헐레벌떡 다시 갔더니 그 새 끝나 버렸다.
토요일 8시 30분에는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로써 시드니의 3박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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