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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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2-성균관스캔들
지나도 한참 지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봤다. 20부작이니 20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계기는 서가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성균관 유생의 나날들이라는 소설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드라마가 제작되었다기에 드라마까지 찾아보게 된 것이다. 14년 전에 방송되었지만 그때는 다큐나 뉴스만 보던 때라 관심도 두지 않은 퓨전 사극이었다. 그런데 은퇴 후 보게 되니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밝고 고운 얼굴의 청춘들이 화려한 색감의 한복 자태를 뽐내며 삶과 사랑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 고통 속에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쾌했다. 정조대왕 시기 성균관 유생들의 일상이나 동맹휴학인 권당, 금등지사, 신해통공 같은 역사지식을 얻는 것은 사극이 주는 덤이다. 원작 소설이 대..
2024.03.22 -
20240308-파묘
요즘 뜨고 있는 영화 파묘를 봤다. 금요일 오후 시간이라 관람석에는 여유가 있었다. 두 시간을 조금 넘는 상영시간이었지만 몰입감 있게 보았다. 이야기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미국으로 이민 간 친일파의 후손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계속되자 이를 치유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묘를 파내서 화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의 후손이 따가운 시선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간 후 국내에 있는 조부의 무덤이 계속 훼손되자 결국 파묘해서 화장한 것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후반부는 파묘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묘 아래 또 다른 묘를 발견하면서 일제가 모셔놓은 전쟁의 신과 벌이는 사투가 전개된다. 여기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죽자 일본 고유의 종교인 신도 의식에 따라 그를 신으로 ..
2024.03.08 -
20240228-인도유럽인
인도유럽인이라는 책을 읽었다. 쿠르칸이라는 무덤에서 유래된 유목민족이 유럽 대륙을 이동하며 여러 문명을 만든 고대사 이야기이다. 고고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실감 있는 이야기를 먼저 서술하고 구체적인 고고학의 발굴성과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책을 써 내려간다. 책의 첫 부분은 기후 변화로 살기 어려워진 한 부족이 그들의 자식 세대를 서쪽으로 떠나보내는 이야기이다. 성경에 나오는 탈출기도 이러한 민족 이동의 한 사례이다. 이후 신석기시대를 거쳐 청동기와 철기시대로 이어지며 미케네 문명과 고대 그리스 문명으로 전개된다. 최초의 인간 루시가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을 하게 된 계기도 동아프리카의 날씨가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환경을 지금처럼 계속 파괴해 나간다면 먼 훗날 우리는 새로운 지구를 찾아 우주선에..
2024.02.28 -
20240224-피크닉브릭하우스
딸과 함께 새해 인사차 어머니를 뵈러 다시 대구에 왔다. 치아가 더 나빠지신 어머니를 위해 육회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들린 카페. 경원대학 인근의 조그만 카페였다. 구미 에코랜드가 바로 옆에 있어 날씨가 좋았다면 산책하기 좋은 곳에 있다. 딸과 누님의 수다를 들으며 한 시간을 보냈다.
2024.02.23 -
20240220-낯선 중세
중세를 다룬 역사서 낯선 중세를 읽었다. 저자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유희수. 대략 1,000년의 기간을 의미하는 유럽의 중세는 로마제국이 망한 476년부터 르네상스가 일어난 15세기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로마가 쇠퇴하기 시작한 기원 후 300년 대 게르만족이 서유럽으로 밀려 들어오며 고대사회가 붕괴되고 중세가 점진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르네상스가 시작된 15세기는 오히려 중세의 영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기로 실제적인 중세의 영향은 산업혁명시기까지 미친다고 책에서 말한다. 우리의 역사를 반추해 보아도 고려의 불교는 민중에게 깊게 뿌리내려 있어 유교를 국교로 하는 조선이 건국되고 난 후 불교를 대체해서 유교가 민중에게 자리 잡은 때는 3-4 백 년이 지난 후에서야 일어난 일임에서 ..
2024.02.20 -
20240210-설날 위령 미사
세 자녀가 가톨릭에 입교한 이래 우리는 유교식 제사 대신 자녀들이 성당에서 조상을 위한 설날 위령 미사를 함께 봉헌한다. 어떨 때는 산본에서, 어떨 때는 대구에서 봉헌하는데 올 해는 대구에서 봉헌했다. 설날 아침 망 90의 어머니께 먼저 세배를 드리고 떡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인근의 태전성당으로 갔다. 대구는 아직 유교적 관습이 남았는지 마치 제사상 차림처럼 제대 앞에 조상의 이름과 과일 같은 제수를 올려놓았다. 봉헌 대신 분향으로 제사 기분을 낸 후 신부님의 강론과 축복, 미사 후 짧은 연도로 차례를 대신했다. 여성들의 고단한 제수 노동을 피하면서 경건하게 조상을 기린 하루였다.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