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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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8-용서
레지오 단원들은 일 년에 두 번 상하반기로 나누어 전단원 교육을 받는다. 저명한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레지오 단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을 높이는 시간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대개의 경우에는 주임신부의 강론을 듣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전단원 교육에서 주임 신부님은 용서에 대해 강의하셨다. 긴 글이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한 강론을 흘려버리기 아까워 공유해 본다.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용서에 대하여) 찬미 예수님! 2024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2월 첫째 주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어떤 결심을 하셨나요? 혹시 지키기 너무 어려운 것을 결심하셔서 힘들어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사랑하시는 그분의 사랑에 감사하며, 이 한 주간을 잘 보내시기를 바랍..
2024.02.08 -
20240207-수원 스타필드
더 넓은 공간은 권력이고 돈이다. 인간의 투쟁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공간을 얻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들린 수원 스타필드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권력과 자본의 힘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흰색 벽과 둥근 모서리 마감, 그리고 3-4개 층을 터 개방감을 극대화한 공간 설계는 내가 마치 호화로운 궁전에 들어온 듯 한 우월감을 선사한다. 거기에다 간접적이지만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지적 욕구까지 충족시켜 주는 공간이면 더욱더 자주 방문하게 만드는 교묘한 부추김이 있다. 여유로운 보행공간 좌우에는 쾌적한 공간의 상품 판매 매장이 있어 딱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신용카드를 꺼내게 만드는 충동구매의 성이기도 하다. 아동과 애완동물 친화적인 공간 설계로 더욱 엄마, 아빠의 지갑이 얇아질 듯... 평일 낮 ..
2024.02.07 -
20240125-피렌체 사람들 이야기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를 읽었다. 신곡을 쓴 단테부터 시작하여 과학혁명의 문을 연 갈릴레이까지 1265년부터 1642년까지 약 400년 동안 피렌체를 거쳐간 저명인사들의 간단한 이력과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시기는 중세 교회의 억압에서 벗어나 근대로 넘어가는 르네상스 시기로 문학과 예술과 과학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는데 현대문명의 기초를 닦는 그 중심에는 피레체 사람들의 역할이 컸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국가로 1천 년 넘게 공화정을 지킨 베네치아와는 달리 정치체계의 굴곡이 심했음에도 보카치오,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같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해 내는 기적을 보여 준다. 나는 그중 피사 출신인 피보나찌에 관심이 갔다. 그는 그동안 불편했던..
2024.01.25 -
20240121-보르자
미국 드라마 보르자를 보았다. 시즌 1이 9편, 시즌 2가 10편, 1편당 상영시간이 50분이라 두 달에 걸쳐 조금씩 보아야 했다. 15세기말 스페인 출신인 로드리고 보르자가 알렉산데르 6세 교황이 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후로는 그의 딸과 세 아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진행되는데 르네상스 시기 분열된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과 사치스러운 귀족의 삶에 대비되는 평민의 비참한 삶을 실감 나게 재현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답게 선정적인 성애묘사 장면과 고문이나 참수 같은 끔찍한 장면들이 수시로 화면을 채운다. 영화 포스터의 부제 sex, power, murder, amen은 이 영화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피렌체의 시뇨리아였던 마키아벨리가 그 유명한 군주론을 쓸 때 교황의 아들인 체사레 보르자가 모..
2024.01.21 -
20240115-듄
sf 영화 듄 1편을 봤다. 2시간 30분의 긴 시간이라 이틀에 걸쳐 절반씩 나눠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을 영화한 것이라 잘 알려져 있다. 비현실적으로 큰 공간 설정과 첨단 과학의 결정이라 할 수 있는 성간여행, 보호막 등이 나오지만 정작 전투장면은 칼을 이용하는 중세의 집단 백병전이 나와 엇박자를 보여 둔다. 그 정도 기술문명 수준이면 스타워즈처럼 레이저 총 정도는 나오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또한 잠자리를 모티브로 한 프로펠러 항공기는 신기하기는 하지만 역시 시대착오적인 느낌이었다. 넓은 사막에서 희귀 광물 스파이스를 채굴하는 것은 귀한 향신료인 후추를 탐냈던 중세 유럽인을 연상케 하고 영화 속 사막 종족은 북아프리카 사막민족인 베두인족을 떠올리게 한다. 듄은 모래언덕을 뜻하는데 제목 그대로 ..
2024.01.15 -
20240107-코스모스오디세이
해가 바뀌어 2024년. 첫 독서로 물리학 해설서인 코스모스 오디세이를 읽었다. 부제가 재미있는데 칼세이건이 몰랐던 우주이야기이다. 그가 쓴 코스모스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살짝 다리를 걸치고 싶었나 보다. 초판일이 2018년이니 그만큼 물리학의 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책의 첫 부분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유형의 우주는 전체 우주의 5%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8%는 중력에만 반응하는 암흑물질이며 나머지 67%는 미지의 암흑에너지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구절을 자주 만나게 된다. 과학혁명 600년 동안 우리 인간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95%의 우주를 모르는 만큼 알수록 모르는 것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고 진리를 찾아 나설 때 얻어지는 것이다.
202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