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4-밀라노-스포르체스코성

2022. 7. 12. 10:01해외여행

다음으로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스포르체스코 성.

 

이곳은 밀라노의 군주였던 비스콘틴 가문 소유의 성이었으나 나중에 그 사위가 된 스포르차의 가문으로 개축되어 스포르체스코 성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 성을 둘러싸고 있는 녹지공간이 셈피오네 공원으로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싸 들고 와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나무 그늘에 앉아 밀라노의 휴일을 잠시 즐겼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한쪽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젊은 무리들이 춤 같은 것을 추고 있었는데 브라질의 전통 무예 카포이에라를 연마하는 젊은이들이 시범공연을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갤러리아.

우리는 출국 전 지인으로부터 부여받은 엄중한 사명을 수행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이르렀다.

보테가베네타.

이탈리아 가죽 명품으로 여러 굵기의 가죽끈을 엮어 가방이나 지갑의 옆면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명품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당연히 그런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갤러리아를 몇 번이나 돌아보아도 그 제품을 파는 상점이 없었다.

 

이곳은 자기 브랜드 상품만을 취급하는 명품점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 판매점을 찾지 못하면 당연히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었다.

미안함을 무릅쓰고 샤넬 매장 직원에게 보테가베네타 샵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그 여직원은 자기 명함 뒷면에 주소를 적어 주며 찾아가 보라는 친절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어 철저한 동업자 의식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구글 맵을 지켜보며 해당 상점을 찾았더니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선택의 시간은 다가와 우리는 크지 않은 지갑을 손에 쥐고 상점을 나섰다.

이제부터는 또 다른 과제 즉 세금 환급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내는 지인과 카톡으로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주고받으며 어떤 지갑을 사야 할지 열중하였고 그 긴 시간 동안 할 일 없는 나는 매장의 한구석 조그만 스툴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해당 상점에서 직접 환급처리를 해주면 좋으련만 밀라노의 세금 환급 정책은 구매자에게 은혜롭지 못하였다.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먼저 밀라노 공항이나 베니스 공항에 있는 환급 사무소를 찾는 방법이 있다.

공무원이 직접 처리하므로 중간에 공제하는 취급 수수료가 없어 환급액이 많다는 장점이 있으나 문제는 중국 관광객이 들이닥칠 경우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면 환급 세금 전액을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시내 환급처리 사무소를 찾는 방법인데 이곳에서는 개인이 세금 환급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므로 비용이 발생하고 당연히 환급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시간도 남아도는데 적게 먹더라도 안전하게 먹자라고 합의하고 한참을 걸어 환급 사무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 문 앞에는 영어로 다른 곳으로 이전했으니 찾아오라는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구글 맵이라 하더라도 최신 정보까지는 반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다시 주소를 입력하고 구글을 돌려 찾아간 그 사무소에는 중국인인 듯한 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때문에 세금 환급을 받지 못할 것 같아 찾아왔더니 또 다른 중국인에게 내가 받아야 할 세금의 일부를 떼어 주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5유로인가 6유로인가 하는 수수료를 그 중국인 직원에게 주고 처리 영수증과 현금으로 돌려받은 세금을 주머니에 넣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에 찾아온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역에서 조금 떨어진 빌딩의 모퉁이에 야외 좌석이 있는 카페 파스구치라는 식당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모로코 계로 보이는 웨이터가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며 차이나, 재팬 이러길래 코리아라고 했더니 이 친구 불쑥 “대한민국 짝짝짝” 이러며 호객행위를 능청스럽게 하였다.

딱히 갈 곳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식당 입구에 있는 메뉴판의 가격을 봤을 때 그리 바가지 씌우는 비싼 식당도 아닌 듯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스테이크를, 아내는 닭 가슴살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샐러드와 웨이터의 추천을 받은 비교적 저렴한 포도주 한 병을 주문하였는데 웨이터의 쾌활함 때문인지 만족한 저녁식사가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어제 받은 에어컨 리모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리셉션에 말해 교환받고 내일의 코모 여행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10유로의 에어컨 비용이 생각나 밤새 에어컨을 켜 두는 소심한 복수를 감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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