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7-베네치아-종탑-산마르코성당

2022. 7. 16. 10:16해외여행

우리는 두칼레 궁전에 있는 유화를 보기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종탑에 올라가기로 하였다.

좁은 엘리베이터에는 4명 정도가 한 번에 탈 수 있었는데 운전원이 타고 있었다.

자동 운전으로 하면 대기줄이 좀 더 빨리 줄 텐데 하는 생각이 끝나자 바로 종탑 정상에 다다랐다.

창살을 덧 댄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닷바람이 들어오고 아드리아 만의 전경이 우리 시선에 가득 찼다.

붉은 지붕을 댄 낮은 건물과 약간 탁한 빛깔의 바다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이 사면을 가득 채웠다.
한참을 그렇게 보다가 지루해질 즈음해서 내려왔다.

이번엔 산 마르코 성당 관람을 위해 줄을 서서 들어갔다.

성당 내부는 금박으로 바탕으로 성화들로 천장과 벽면을 장식하였는데 로마의 화려한 성당에 비해 그리 감동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성당 관람을 마치고 광장에 나오자 소나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성당 회랑의 턱에 엉덩이를 걸치고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성당 관계자가 스탠드 업을 외치며 우리를 포함한 관광객 모두를 밖으로 쫓아냈다.

우리는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광장 근처에 있는 슈퍼를 찾아가기로 했다.

구글 맵은 이곳 미로에서도 훌륭하게 작동하여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어렵지 않게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상점이 크지 않아 식료품 사기를 포기하고 다시 리알토 다리로 가다가 좁은 골목길에 있던 조그만 기념품 가게에서 베네치아의 유명한 카니발 때 썼을 것 같은 가면 세트를 샀다.

리알토 다리로 가던 중 우리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그만 성당과 그 앞에 있는 광장에 이르렀다.

이곳은 좁은 골목길과 달리 소나기가 지나간 지면 위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산 마르코 성당과 넓은 광장이야 국가의 공식적인 행사가 열리는 곳일 터이고 이런 소박한 광장이 베네치아 원주민의 삶을 볼 수 있는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광장 한 켠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동안의 휴식을 취했다.

성당에서는 무슨 모임이 있었는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시끌벅적하였다.

중세 시대 베네치아인의 삶도 이러했으리라.
자기에게 지정된 성당에서 주일을 지키고 자기 구역에서 일어난 일을 매일 마주치는 얼굴들과 서로 주고받고......

또한 베네치아는 바다 가운데의 갯벌에 말뚝을 박아 거주지를 확보했던 관계로 당연히 식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므로 빗물을 받아 식수로 활용해야 했는데 이런 광장이야말로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따라서 이런 광장은 그들의 생존에 필수적이 공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저녁 무렵이 되어 우리는 메스트레 역으로 돌아와 어제의 그 중식당을 다시 찾아가 같은 메뉴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이렇게 베네치아에서의 둘째 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