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1-스플리트

2022. 7. 31. 19:03해외여행-크로아티아.스위스

차가 출발하기 전에 나는 스플리트의 호스트에게 4시에 도착 예정이라고 문자를 보내주었는데 약속한 4시를 1분 앞두고 목적지인 스플리트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숙소를 예약할 때 가장 걱정스러웠던 곳이 이곳 스플리트의 숙소였다.

걸어서 5분 이내에 관광지로 접근할 수 있는 점은 좋았으나 1층인 데다 자체 주차장이 없어 도로변 공용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해서 밤새 차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1층인 방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었다.

호스트의 차량은 우리 차 앞을 진행하던 차여서 차를 세우자 바로 입구에서 서로 만날 수 있었다.

호스트는 나에게 열쇠를 넘겨주고 방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었다.

걱정을 많이 했던 것보다는 나았지만 자그레브나 플리트비체나 자다르의 숙소에 비해서는 집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키 크고 잘생긴 호스트의 쾌활한 응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또 다른 걱정이었던 주차 문제는 건물 입구 바로 앞이 주차할 공간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짐 풀기가 끝나고 모두들 스플리트 관광에 나섰다.

스플리트는 자그레브에 이어 크로아티아의 2대 도시라고 한다.

도시 초입부의 도로 우측으로는 큰 바위가 절벽을 이루고 있고 그 밑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도시 규모가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쉬베닉이 중세에 크로아티아인에 의해 건설된 비교적 신도시라면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305년 은퇴한 후 이곳 경치를 사랑하여 궁전을 짓고 만년을 보낸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황제가 죽은 이후 로마의 병영을 본 떠 4 각형으로 지어진 이 큰 궁궐에는 일반인들이 들어와 거주하기 시작했고 그의 영묘는 성당으로 전용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렸다.

성곽 주위에는 수없이 많은 기념품점이 있었고 그중 한 군데에서 처제는 내일 방문할 메주고리예에서 성수를 묻혀 둘 수건을 사 두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리바 거리를 메우고 있는 상가 가운데 있어 얼핏 찾기가 어려웠다.

높은 천정이 있는 입구를 지나자 궁전과 성당이 있는 중정이 나왔다.

생각보다는 넓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바닥은 큰 돌로 포장되어 있었다.

 

성당으로 입장해 보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늦은 관계로 주변만 돌아보았다.

다시 좁은 길을 뚫고 직진하여 이 성의 북쪽 문에 해당하는 골든 게이트로 나왔다.

 

당연히 그런 것이 퇴위한 황제의 거처로 지어진 것이니까 어쩌면 그 정도 크기도 큰 것인지도 몰랐다.

성 문 주위에는 모조 글래디에이터를 든 로마 병정 복장의 남자 두 명이 기념사진으로 돈을 벌기 위해 서 있었고 아직 남아 있는 높은 성벽 주위로는 건물의 잔해로 보이는 큰 돌들이 여기저기 풀밭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벌써 성벽 밖으로 나온 것이다.

 

입구에서 골든 게이트까지 직선거리로 200미터 정도로 성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성문 밖 잔디밭 위에는 아르니르 교회의 종탑이 높이 솟아 있고 그 옆에는 10세기 이곳 주교였던 그레고리우스닌 주교의 청동 상이 높이 서 있다.

 

그의 발을 만지며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우리는 알지 못해 사진만 찍고 다시 성 안으로 들어와 이번엔 좌측 방향으로 골목길 투어에 나섰다.

좁은 골목길 좌우에는 음식점과 기념품점과 공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궁전 투어라 우리의 고즈넉한 경복궁을 연상했던 나로서는 실망이 컸다.

서쪽 끝으로 나왔을 때에는 오래된 시계가 걸린 건물과 광장이 나왔고 예외 없이 노천카페가 천막을 치고 영업 중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처제의 제안으로 모두들 젤라또 하나씩을 입에 물로 1시간도 채 안 되어 끝난 스플리트의 궁전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바다를 우측에 두고 리바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당초 계획으로는 리바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지만 복작거리는 카페에 질려서인지 모두들 숙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마침 오늘은 나의 생일이기도 해서 다른 식구들이 축하 케이크라도 사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내가 극구 사양하여 말렸다.

 식사를 마치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스플리트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궁전을 다시 찾았다.

 

리바 거리 입구에 있는 포토존을 발견하고는 글자 하나에 한 명씩 매달리는 우스운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궁전의 어두운 골목길을 순례하고 궁전 앞 광장에 이르렀을 때 음악이 흘러나왔다.

광장에 붙어 있는 카페에서 무료로 야외공연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계단이나 난간에 편하게 앉아 감상하고 있었고 카페의 웨이터는 음악을 감상 중인 관광객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음료나 포도주 주문을 받고 서빙하고 있었다.

 

우리도 앉아 한참을 음악에 취해 듣고 있는데 남녀 한 커플이 나오더니 살사로 보이는 라틴댄스를 음악에 맞춰 멋있게 추었다.

카페에 고용된 프로 댄서는 당연히 아닌 것 같았고 여행객 중에서 한 커플이 음악과 분위기에 취해 자발적으로 다른 관광객들에게 선사해 준 잊지 못할 댄스였다.

 

생일 선물로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밤이 이슥해질수록 기온이 떨어져 쌀쌀해졌다.

우리는 광장을 휘감아 돌아가는 음악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의 먼 여정을 준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