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1. 16:27ㆍ책읽기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도서대출증을 만든 후 처음으로 빌린 책이 총균쇠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그동안 여러 역사 관련 서적을 읽었다.
이 책도 몇 해 전에 이미 한 번 읽은 적이 있었지만 다시 한번 정독하고 싶어 빌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백인에 의한 남북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점령에서 빚어진 원주민 학살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내 생각이 잘못된 결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 초반부에 저자는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폴리네시안 지역의 부족 간 충돌이나 확산 과정에서의 폭력적 양상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같은 종족 간의 충돌 과정에서도 백인과 황인종간의 충돌 못지않은 폭력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백인이 우월한 문명과 기술로 그보다 못한 하위의 인간 집단을 점령해 나가는 과정은 백인이라서 폭력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 자체가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처럼 만약 마야인이나 잉카인의 문명이 백인들보다 뛰어나 유럽을 점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백인들보다 덜 폭력적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그 답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이라는 동물이 폭력적인 것이지 백인이나 황인종이나 흑인이 더 폭력적이거나 덜 폭력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역사를 살펴 보건대 유럽 대륙에서 있었던 수많은 민족의 이동이나 아시아 대륙에서 있었던 몽골제국의 확산 과정, 그리고 구약성서에 나오는 유대민족의 가나안 정착 과정을 볼 때 모든 인간 집단의 이동은 폭력이 수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이라는 생명체만 폭력적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잔인함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적자를 읽어 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식물도 포함하여-는 자신의 유전자를 증식시키기 위해 존재하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서라면 다른 유전자를 공격하는 폭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식물 관계없이 모든 살아 있는 것은 폭력이라는 죄악의 결과물일지 모른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현대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유럽 문명에서 나왔다.
그렇게 백인 문명이 지구적 우위를 점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첫 원인을 자연환경에서 찾는다.
이를 보면 저자는 환경결정론자라고 할 수 있겠다.
지형과 일조량과 강수량과 기온이 다른 자연환경을 만들어냈고, 다른 자연환경은 인간이 농업혁명에서 고를 수 있는 작물의 차이를 낳았다.
이런 차별적 자연환경은 그곳에 사는 동물군에서도 차별을 낳아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소, 말, 돼지, 양, 염소 같은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일 수 있었던 반면 남북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는 백인이 침략하기 전에는 앞서 말한 동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말은 지금의 탱크와 같은 위력의 군사무기였는데 백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하기 전 그곳에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같은 유라시아 대륙에 있더라도 쌀 재배 지역과 밀 재배 지역의 인구밀도가 차이가 나는데 그것은 쌀이 밀보다 3배 정도 칼로리가 높아 쌀 재배 지역인 인도나 중국의 인구가 많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대륙을 공유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의 문명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형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 중국과 인도는 해안선이 단조로워 고립적인 지역이 상대적으로 적고 따라서 통일된 왕조의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가 기원전부터 죽 내려온 반면 유럽은 이탈리아 반도, 그리스 반도, 스페인 반도,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심지어 잉글랜드 섬까지 고립적인 지형이 많아 인종적으로 정치적으로 통합되기 어려웠다.
따라서 통합되지 못한 민족은 다른 민족과 경쟁적이었으며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화약이 중국에서 발명되었지만 중국인들은 전쟁에서 무기로 쓰기보다는 춘제에서 폭죽놀이로 쓴 반면 유럽인들은 같은 재료로 총과 대포 나중에는 미사일로 발전시켰다.
이상에서의 총과 쇠에 대한 이야기 외에 저자가 주목한 것은 세균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가축화된 짐승들과 인간이 같은 공간에 거주하게 됨에 따라 인수 공통의 전염병이 발생하였고 따라서 짐승이나 인간은 점진적으로 이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수천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반면 남북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등에서는 가축화할 수 있는 대형동물이 일찍 멸종하는 바람에 면역력을 키울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러자 두 이질적인 인간이 접촉했을 때 침략자의 총과 칼로 죽은 원주민보다 천연두, 홍역 등 침략자인 백인이 옮겨 준 질병으로 죽은 원주민이 압도적이어서 인구의 공백이 발생했고 이는 오늘날 세 대륙이 유럽 이주민으로 채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인류의 시작은 아프리카 동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유럽은 가까웠고 남북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은 멀었다.
따라서 유럽 지역의 출발이 빨랐다고 하더라도 환경적 요인이 남북 아메리카 지역에 우위가 있었다면 오늘의 역사는 유럽에 마야인이 세운 제국이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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