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1-논어

2022. 8. 22. 11:57책읽기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논어를 다시 읽었다.

대학입시 후 본격적인 성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던 때, 모든 것이 낯설었던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었다.

공자는 2500년 전 존경받는 지식인이었으나 전쟁이 일상적이었던 춘추시대와 그보다 더 엄혹했던 전국시대에 필요한 사상은 아니어서인지 관직에 오랫동안 머물며 자신의 철학을 당시 중국 사회에 실제로 구현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법가 사상으로 중국을 통일한 진 이후 한이 들어서면서부터 기존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성인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가 현대 중국의 문화혁명기에는 오히려 봉건주의 질서를 대표한다고 하여 홍위병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공자는 아버지와 무녀가 들판에서 교접하여 얻은 아들, 즉 사생아이고 지금의 관점에서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식습관, 즉 인육으로 담근 젓갈이 없으면 밥을 못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고도 한다.

공자의 생애는 위키백과에서...

 

https://namu.wiki/w/%EA%B3%B5%EC%9E%90

 

하지만 그의 출신 성분이나 당시의 생활습관 등에 관계없이 온고지신이라는 말로 전해지는 부단한 고전 학습을 통해 완성한 그의 인본주의 철학인 유교는 맹자 등의 후학에 의해 이후 동아시아의 주류 사상이 되었다.

그의 생전 언행을 기록한 것이 논어인데 그의 생애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떠나 그가 남긴 말은 2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이 더 많이 만나고 접촉해야 하는 현대도 여전히 유효하다.

논어를 읽으며 평생 간직할 만한, 그래서 내가 사회인으로서 살아오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글귀들을 모아 봤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논어를 펼치면 처음 볼 수 있는 글이다.

끊임없는 공부와 친교와 겸손을 말한다.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남이 나를 알아주기 바라기보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하라는 말로 공명심을 경계한 말이다.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옛것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얻어나가면 스승이 될만하다는 말로 배움을 강조한 말이다.

지식인은 어느 한 가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로 관습이나 타성을 경계한 말이다.

 조문도 석사가의

아침에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뜻으로 치열한 배움의 정신을 강조한 말이다.

덕불고 필유린

옳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지자 요수 인자 요산 지자 동 인자 정 지자 락 인자 수

공자가 보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진 사람의 특징을 말하고 있다.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세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배울만한 사람이 있으니 잘하는 사람은 따라 하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잎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오해를 받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이 글의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일을 하지만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단순히 지식을 단순히 배우기만 하는 사람은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공부를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로 무슨 일을 할 때 즐거이 하라는 말이다.

교언영색 선의인

교묘하게 지어낸 말에는 진실이 없다는 말이다.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평생 행해야 할 것은 서 인데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이 글을 세상일의 선악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왔다.

논어를 깊이 이해하려면 논어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그 시대상황까지 파악하여야 제대로 그 참뜻을 알 수 있다.

나 같은 초보 식자야 그런 경지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평생 간직할 몇 조각 글귀라도 건진다면 논어를 읽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고전이 주는 울림은 25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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