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6-로마-트레비분수

2022. 7. 9. 11:45해외여행-이탈리아

사실 로마의 안내판은 열악하다.

없거나 있어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건물 모퉁이에 조그마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고 길 가던 사람에게 물어물어 마침내 트레비 분수에 도착하였다.

흰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과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5월의 로마에 왔음을 상기하였다.

그런데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여기저기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들려왔다.

배경만 이국적인 트레비 분수가 아니라면 아마도 제주도쯤에 온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한동안 넋을 놓고 분수를 구경하고 밀쳐가며 방문 인증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배꼽시계가 울렸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배낭여행객에게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는 구원 그 자체이다.

우선 현지어로 되어 있는 복잡한 메뉴판을 볼 필요가 없고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웨이터와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며 결정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로마의 식당은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우선 모든 것이 유료, 즉 물까지도 돈을 받는다.

우리는 모든 것이 음식값에 포함되어 계산하면 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아서 좌석에 앉는 비용까지 따로 받고 조금 격조 있는 식당에서 10% 이상의 팁은 매너이다.

 

그러니 맛집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점심 한 끼 해결하기로는 햄버거만 한 것이 없는 것이다.

 

출국 전 구글 맵으로 트레비 분수 인근의 맥도널드 매장을 확인해 두었던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에도 엄청난 인파.. 인파.. 생각은 사람 모두에게 비슷한 모양으로 분수에 있던 사람들이 다 여기로 모였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할 수 없이 무인 주문대 앞에 선 나.

 

아뿔싸!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으니, 평소 우리나라에서 햄버거 먹을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직관적으로 나오는 그림을 보고 세트메뉴 2개를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한 후 번호를 기다려 받아서 아내가 미리 자리 잡고 기다리던 2층으로 올라갔다.

원래 계획은 햄버거 단품 하나에 콜라 하나를 주문해 간단히 먹는 것이었는데 세트 메뉴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샐러드, 버거, 사이드 메뉴까지 나오는 풀세트 메뉴를 착오로 주문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배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