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0-플리트비체

2022. 7. 25. 17:03해외여행-크로아티아.스위스

5월 30일 목요일,

 

크로아티아 여행의 백미 플리트비체를 가는 날이다.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 관광의 꽃이다.

 

수 만년 동안 석회암 지역을 비와 폭포가 깎아내려 현재와 같은 비경을 이루었는데 모두 16개의 호수와 수없이 많은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을 흘러내린 물은 코라나 강이 되어 우리가 지나쳐 왔던 라스토케를 적시게 된다.

 

과거에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도 불렸다고 하며 세르비아 분리주의자가 이곳을 점령하여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시작된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플리트비체는 이 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데 공원의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다리, 표지판, 식당, 휴지통 등 공원 내 모든 시설물은 목재 같은 친환경 자재로 만들어졌고 공원 안을 운행하는 차량과 선박은 모두 전기 배터리를 동력으로 쓴다고 한다. 

이 거대한 국립공원을 다 보려면 최소 3일은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중 가장 대중적인 4시간 트레킹 코스를 답사하기로 하였다.

입구는 모두 두 개인데 1번 입구는 하류지역 2번 입구는 상류지역에 있고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면서 보는 C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며 반대로 내려오는 H 코스도 있다.

 

당일 투어로는 최장 시간인 8시간이 걸리는 K 코스도 있으나 여행 일정이 짧은 우리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는 숙소 할머니의 배려로 미리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방문 시간도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첫 시간 8시로 잡아 두었다.

 

또한 선배 블로거의 글들을 통해 공원 내 식당의 음식이 가격만 비싸고 맛이 없다는 정보를 알고서는 시간이 많은 어제저녁에 오늘 먹을 주먹밥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여행 일정 중 오늘과 두브로브니크 공항으로 가는 날은 출발시간을 꼭 지켜야 해서 7명의 대식구가 제때 준비해서 정해진 시간에 나설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모두들 긴장해서인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7시 30분 정해진 시간에 차량 탑승을 완료할 수 있었다.

 

출발하려고 모두들 차 주위로 몰려 있을 때 밭일을 나가는 듯한 숙소의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감사의 말을 남기고 공원으로 출발하였다.

 

10여 분을 달려 공원 입구에 다다라 도로 좌측에 있는 주차장으로 있어 들어갔다.

 

하루 주차비는 6천 원 정도.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주차장은 한산했다.

 

나중에 관광을 마치고 나와서 보니 하루 주차비가 아까워 이곳저곳 빈 공간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현지인이 아닌지라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빗줄기는 많이 가늘어졌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과 더불어 비옷을 입었다.

아무래도 비옷을 입지 않으면 긴 트레킹 시간 동안 옷이 젖을 염려가 많아 매점에서 비옷을 사기로 하였다.

주차장 건물로 들어가 예매한 바우처를 실물 티켓으로 교환한 다음 매점이 어디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입구 앞에 있다고 알려 주었다.

무료 화장실이 보여 생리현상을 해결한 후 목조 다리를 건너 공원 입구 매점으로 먼저 갔다.

비옷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3개의 비옷을 사서 나누어 입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정문을 지나 절벽 앞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모습의 폭포와 저지대의 호수를 만날 수 있었다.

며칠 계속된 이 지역의 비로 인해 폭포의 수량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듯했다.

특히 건너편 산꼭대기에서 바로 호수 밑까지 떨어지는 큰 폭포는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을 주었다.
여기저기서 기념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탐방코스는 잘 정비되어 있어서 이정표가 있을 때마다 C 표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절벽 위에서 계곡 밑으로 비에 젖은 돌계단과 흙길을 따라 걸어 내려간 후 계곡을 가로질러 물 위에 설치한 나무 데크를 밟으며 반대편 계곡으로 건너갔다.

빠른 물살에 다들 무섭다고 하며 서로 손을 잡고 건너갔다.

여기가 이 공원의 가장 낮은 곳으로 여기에서 첫 이정표를 만났다.

오른쪽으로 가면 큰 폭포를 구경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당초 계획대로 C를 따라 좌측으로 올라갔다.

앞으로 3시간을 이렇듯 잘 다듬어진 흙길과 물 위에 조성된 나무 데크를 교대로 밟으며 상류지역으로 올라가야 했다.

1시간을 걸었을까? 상류로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고 걸을 때마다 바뀌는 호수 풍경과 크고 작은 폭포의 변화로 인해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이 흘러갔다.

그사이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안개비가 남아 있어 다들 비옷을 벗지는 못하였다.

간이 방갈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기념사진도 남겼다.

잠시 휴식으로 기력을 회복한 다음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호수를 왼쪽으로 끼고 산길을 걸어 배를 타야 하는 큰 호수를 만났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는 것 같았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배가 떠나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지친 다리에 휴식도 주고 화장실도 이용하면서 고즈넉한 공원의 호수를 지켜보았다.

이곳 카페에서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팔고 있었는데 블로거의 글처럼 가격이 상당했다.

멀리서 배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여서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가 들어오는 그 짧은 사이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상당한 수의 관람객이 입장했던 모양이었다.

일찍 줄을 선 이점은 뱃머리 제일 앞 좌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배 앞으로 점점이 다가오는 호수 저편의 모습을 사람의 방해 없이 사진으로 잘 담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배는 전기로 운행하는 것이 맞는지 기름 냄새 없이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20여 분을 갔을까 검푸른 호수를 바탕에 깔고 저 멀리 신록의 푸른빛이 산뜻한 산등성이가 보이고 그 신록의 산등성이 사이사이를 흰 물줄기가 가로지르며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P3 선착장을 출발하여 P2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배를 타고 건너온 이 호수가 플리트비체에 있는 16개의 호수 중 가장 크고 가장 깊은 호수라고 한다.

선착장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탑승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2번 출입구를 통해 상류지역에서 내려가는 H 코스를 선택한 관광객들이었다.

H 코스의 경우 내려가는 것이라 체력의 부담은 덜할 수 있으나 폭포를 보려면 항상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고 반대로 C 코스는 오르막길이기는 하나 폭포를 늘 앞에 두면서 관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시간이 부족한 패키지 여행객의 경우에는 2~3시간 정도 걸리는 다른 코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부터는 걸어 올라가는데 경사가 급해 계단이 많았다.

하지만 급한 경사는 곧 크고 작은 다양한 폭포를 의미했다.

즉 플리트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들은 이곳 P2 선착장에서 S3 탑승장 구간에 몰려 있었다.

발길을 돌릴 때마다 검푸른 나무와 초록빛 수풀과 짙은 녹색의 이끼들 사이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폭포와 물줄기가 흘러내려 우리를 즐겁게 했다.

며칠간 계속된 비로 인해 수량도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말랐던 곳에도 많은 빗물이 흘러내렸다.

커다란 폭포가 바로 옆에서 물줄기를 뿌려대니 비가 내리지 않더라고 이곳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비옷이 꼭 필요했다.

 
 사진을 찍는 그 짧은 순간에도 비옷을 입은 등 뒤로는 물방울들이 튀어 비처럼 흘러내렸다.

이제 폭포가 있는 곳을 지나 산등성이로 접어들었다.

실제적인 플리트비체 여행의 마지막 구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바닥은 폭신폭신한 흙으로 덮여 있어 과천의 청계산 같은 느낌을 주었다.

S3 지점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입구를 7시 50분에 통과했으니 근 3시간을 걸었지만 모두들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체력 소모를 느낄 틈도 없이 감동을 주는 호수와 폭포 때문에 모두들 힘든 줄 모르고 3시간 트레킹을 마친 것이었다.

나무로 만든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전기버스를 타고 S1으로 내려왔다.

중간에 S2 지점에서 갈아타야 하는 줄 알고 내렸다가 허둥지둥 내렸던 버스에 다시 올라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S1에서 입구까지 10분 정도 산길을 내려왔다.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의 검푸른 호수와 푸른 나무와 나무데크와 데크 위를 걸어가고 있는 다양한 색깔의 우산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플리트비체 홈페이지의 안내처럼 4시간을 투자해서 C 코스를 무사히 완주하고 모두들 차량에 모였다.

그 사이 그쳤던 비가 다시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였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사무실 인근의 야외 데크에서 어제 준비한 주먹밥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비 오는 날씨라 어쩔 수 없이 차량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주차비는 사무실에서 카드로 계산하면 발급해 주는 티켓을 바코드 기계에 넣는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이라 주차 티켓을 넣었지만 차단봉은 열리지 않고 티켓이 튀어나와 다시 뒤집어 넣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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