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3-이젤트발드

2022. 8. 1. 09:50해외여행-크로아티아.스위스

이젤트발드는 인터라켄보다도 훨씬 더 작은 마을이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이 마을을 돌아보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학교도 있었고 우체국도 있었고 조그만 기념품점도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관광객용 숙소도 많이 보였다.

우리는 호숫가의 벤치에서 호수와 만년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고 물가에서 노닐고 있는 백조도 희롱하면서 30여 분의 시간을 보냈다.

자그만 동네 산책도 끝나갈 무렵 우리는 30분을 더 기다려 배를 타기보다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sbb 앱에서 확인한 출발 시간에 맞춰 우리를 인터라켄 동역으로 데려다 줄 103번 버스가 도착하였다.

버스는 오른쪽으로 호수를 왼쪽으로는 가파른 절벽을 끼고 달렸다.

길이 너무 좁아 반대편에서 승용차가 올 경우에는 대책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차량 통행은 많지 않아 좁은 길을 지나는 동안 한 대의 승용차가 나타났다가 후진하여 빈 공간으로 피하는 수고를 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무사히 동역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동역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coop를 찾았다.

엄청난 크기의 마켓 안에는 다양한 식료품들이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는 알배기 배추를 발견하였다.

한국 아줌마의 위대함을 알 수 있는 게 우리는 이 배추와 생고추와 마늘을 사서 숙소에 있던 엔초비-멸치 액으로 물김치를 담가 먹었다.

또한 쌀을 사서 밥을 짓고 감자와 배추와 햄과 소시지 그리고 소고기 캔을 사서는 부대찌개 비슷한 것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4박하는 내내 우리의 저녁식사는 한식으로 해결해서 여행경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술을 즐겨 하는 구미 동서는 파티팩이라고 적힌 48캔짜리 하이네켄 맥주를 발견하고는 개당 천 원꼴이라며 엄청 싸다고 반가워하였다.

스위스를 여행하며 인터라켄에 체류하는 관광객들이 이 슈퍼마켓을 찬양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그런데 숙소에서 요구한 1600 스위스 프랑을 현금을 찾기 위해 ATM을 찾았던 나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신한글로벌멀티카드에 적립된 1800 스위스 프랑을 찾기 위해 카드를 넣고 비번을 넣고 금액을 입력했으나 계속 승인 거절이 나는 것이었다.

유럽의 경우 비번을 6자리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뒤의 두 자리를 **로 입력해도 승인이 나지 않았다.

혹시나 다른 기계는 될까 싶어 집 근처에 있는 기계를 이용해도 거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어 한국 시간에 맞춰 신한카드사로 국제전화를 걸어 물어보아도 현지 은행에 물어보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덕분에 공연히 국제통화료 8만 원만 날리고 말았다.

우선 급한 대로 호스트에게 현금 지급이 어려울 경우의 방법을 문자로 문의하니 신용카드번호와 만료 기간을 남겨주면 카드로 결제해 주겠다고 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카드로 결제할 일이지 왜 현금을 요구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다음 날 루체른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시간이 날 때 다시 같은 기계에서 금액을 낮춰 출금하니 기계가 돌아가면서 현금이 나왔다.

기쁜 마음에 차근차근 같은 금액을 입력하여 1700 스위스 프랑을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100 프랑은 또 승인 거절이 나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만들어간 신한글로벌 멀티카드는 체크카드였다.

따라서 소액결제의 경우에는 수수료 없이 적립된 금액에서 빠져나가나 고액으로 결제를 승인할 경우에는 승인 거절이 되고, 현금 출금의 경우에는 무료가 아니라 3천 원씩 수수료가 나가는 카드라 나의 목적과는 너무나 다른 엉뚱한 카드였다.

또한 마지막 100프랑은 수수료를 공제하고 난 뒤라 잔액 부족으로 출금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소용없는 카드를 만들어서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실컷 한 결과가 되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승인 거절되었던 나의 현금카드는 카드사에 문의하니 해외 출금 신청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출국 전 신한은행으로 전화했을 때 상담원이 단순히 해외 사용이 가능한 카드라는 말만 믿고 해외 출금 신청 절차가 있는지도 몰랐던 나의 불찰이 겹친 결과였다.

슈퍼에서 사온 재료들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인 다음 반주와 함께 저녁식사를 마쳤다.
크로아티아에서 6박을 할 동안 매일 짐을 쌌다가 다음날 싸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곳 스위스에서는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이 훨씬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꼭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랬는지 몰랐다.
 

오늘 오후에 방문했던 이젤트발드는 스위스 관광의 맛보기였고 이제 본격적인 관광은 내일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