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 12:03ㆍ해외여행-크로아티아.스위스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올라가는 케이블 카보다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론상으론 당연히 같은 속도이겠지만 다가오는 배경이 이런 착각을 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잠시 동안의 이동으로 암반 위에 덩그러니 놓인 비르그 케이블카 정거장에 다시 도착했다.
출발 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비르그에 대해서는 전혀 사전 조사가 없었다.
쉴트호른을 가기 위해 당연히 거쳐 가야만 하는 정거장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이곳에 관광객을 위한 무슨 시설이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뮈렌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려야 해서 답답한 마음에 야외 전망대로 나왔다.
쉴트호른에서 보았던 흑백의 사진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보였는데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의 오른쪽 끝으로 계단이 보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그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갔는데 그곳에는 피르스트를 가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스릴 워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수직 암벽에 앙카 볼트를 박아 지지대를 만들고 그 지지대를 연결해서 철제 보도와 난간과 계단을 만들어 두었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철제 발판 밑으로는 절벽을 부딪힌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엄청난 깊이의 낭떠러지가 조각조각 보였다.
중간 부분에는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바닥을 만들어 놓아 그나마 시야를 가리던 철제 구조물도 없이 아찔한 절벽 아래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그 아크릴 판 바닥의 보도 끝부분에는 성인이 기어 다닐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둥근 철망이 설치되어 있어 스릴을 좋아하는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는 철제 보도와 아크릴 보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비명을 질러가며 걸어갔지만 철망으로 만든 통로만은 갈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평촌 처형은 용감하게도 그 철망을 기어 나오는 대담함을 보여 주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철망으로 만든 통로 끝에는 조그만 넓이의 공간이 있고 거기에는 만년설이 아직 녹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6월에 만져보는 눈은 겨울의 눈처럼 폭신폭신하거나 차갑지는 않았다.
따스한 초여름의 햇살이 이곳에도 계속 내리쬐고 있어 푸석푸석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잠시 겨울로 돌아간 기분으로 눈을 뭉치고 던지며 장난을 치다가 만년설을 배경으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다.
자유여행에서만 생길 수 있는 즐거운 돌발 상황을 마무리하니 벌써 30분 이상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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