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1. 10:24ㆍ국내여행
우리 부부는 1989년 11월 안양 충훈부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노마드 끼가 많았던 나는 주말만 되면 풀과 벌레를 싫어하는 아내를 어르고 달래서 이곳저곳을 다녔다.
관악산의 서쪽 줄기인 삼성산도 즐겨 찾았던 곳이었는데 오늘 근 30년 만에 옛 기억을 되살려 망월암 코스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망월암 코스는 삼성산 봉우리를 왼쪽으로 끼고도는 둘레길로 내려오는 길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서울대 수목원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안양 마을버스 2번과 2-1번 종점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하였다.
코로나 이전에 이곳 안양유원지 안에 있는 노인복지관에 봉사하러 몇 번 방문한 것 외에는 이곳까지 올라올 일이 없어서 안양 파빌리온이 생겼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서울대 수목원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삼거리가 첫 갈림길로 삼막사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접어들어 포장된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골목 초입에 있는 식당이다.
왼쪽 염불암 주차장을 지나 우측 좁은 산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돌 투성이 산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이정표.
여기선 좌측 상불암 쪽으로 가야 한다.
운명의 갈림길.
본능은 좌측 삼막사로 가라고 하는데 그 사이 새로 생긴 이정표는 우측으로 가라고 한다.
잠시 망설이다 이성을 좇았는데 오늘 산행을 망치는 첫 번째 망작이 되고 말았다.
예전엔 망월암 계곡으로 내려가 수목원까지 평탄한 길을 걸었었는데 가파른 돌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가 800미터에 이르는 길도 찾기 어려운 가파른 언덕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가야 했다.
아내는 무릎이 시큰거린다며 나의 선택을 원망하였다.
그나마 능선에서 바라보는 삼성산과 평촌 시가지 조망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조그만 보상이었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낳는 법.
여기서도 잘못된 선택을 그나마 바로잡으려면 우측 공원길로 바로 왔어야 했는데 미련이 남아 왼쪽 길로 갔더니 또한 험한 길인데다 길도 더 멀리 우회하는 것이라 또 다른 망작이 되고 말았다.
거의 계곡에 내려왔을 때 또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짧은 길을 두고 1.7km의 긴 길을 선택해서 세 번째 망작을 만들고
그리고 힘겹게 산길을 걸어 만난 예쁜 다리에서 벗어나 좌측으로 난 옛길로 질러가려고 한 선택은 사방 댐공사로 막혀 있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결과로 이어졌다.
공사 중인 직원에게 길이 있냐고 물어보니 왔던 길로 올라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출발시간이 당초 계획보다 40분이나 늦어진 데다 두 시간 가까이 한낮의 햇빛에 시달리며 걸어온 터라 내려왔던 길을 올라가기보다는 철조망의 빈 구멍을 찾아 내려가는 것이 나아 보였다.
첫 갈림길인 식당에 도착해서 보니 오늘 산행으로 걸은 걸음걸이는 13,000 보였다.
약 4km 정도의 거리로 평소 등산보다는 길지 않은 거리였으나 험한 돌길과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을 걸어서인지 지쳐 버렸다.
망작의 연속인 산행을 마치고 너덜너덜해진 발걸음으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곳은 엉뚱하게도 고깃집인 인생 쉼표.
아내가 깔끔하다며 등산하기 전에 찜해두었던 곳이었다.
막걸리와 계절 전과 비빔밥 하나를 주문해서 먹었다.
깔끔한 음식과 친절한 응대, 그리고 맞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는 고기구이 전문점이었다.
그런데 모처럼 마신 막걸리 때문에 두통이 왔다.
왔던 길을 되짚어 집에 온 후 지쳐 한동안 쉬어야 했다.
오늘의 불운한 하루는 늦은 시간 아내가 아끼던 대형 유리 냄비를 깨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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