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2. 11:08ㆍ국내여행
음울한 분위기의 구름이 낮게 드리운 일요일.
오전 교중미사에서는 한얼 1 구역장의 간절한 부탁으로 모처럼 슈트에 넥타이까지 매고 예물 봉헌 의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우리는 한가해진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충동적으로 수원행 전철을 탔다.
은퇴 후부터 전철로 다닐 수 있는 수도권 명소를 물색했던 나는 언젠가 수원 화성을 한번 걸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으나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후 3시 30분에 갑작스럽게 길을 떠나게 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은 서쪽으로 팔달산을 끼고 평지와 산을 이어 만든 성으로 정조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다.
담배를 좋아해서 골초 수준으로 피웠다는 정조대왕.
일찍 금연했더라면... 그래서 좀 더 오래 재위에 있었더라면 조선 후기의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인데...
전철을 타고 가던 중 다음 맵을 검색 하니 대략 5km의 거리를 걸을 수 있도록 성곽을 복원해 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관광안내소가 있는 장안문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아내와 합의하고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만 걷고 나머지 구간은 다음에, 그리고 별도의 시간을 내서 화성행궁은 따로 방문하기로 하였다.
수원역에서 내려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66번 버스로 환승한 다음 장안공원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걸어가니 웅장한 모습의 장안문이 눈앞에 다가왔다.
1998년부터 대략 1년 동안 수원에 있는 경인지역본부에서 근무했던 관계로 수도 없이 화성의 창룡문을 지나다니며 출퇴근했지만 화성을 직접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나도 참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장안공원에는 휴일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한가로이 성벽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도 자주 보였다.
과거에는 성곽길을 걸으려면 입장료를 받았던 모양인데 개방구간이 많은 이곳에서 어떻게 입장객을 관리했을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현재는 무료입장이라고 한다.
장안문을 출발하여 팔달산 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성벽 곳곳에는 이 성을 지을 당시 조선이 가졌던 최고의 축성기술을 반영하여 각종 군사시설물들이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옹성도 있고...
대포를 설치하기 위한 포루도 있다.
팔달산 인근에 접어들면서부터 나무가 있어 그늘이 있지만 그 외 구간은 그늘이 없으므로 구름이 없는 때에는 태양을 가릴 수단이 필요하다.
큰 기계식 활인 노를 쏠 수 있는 군사시설물...
화성장대로 정조가 군사의 훈련을 지켜보며 쓴 시도 걸려 있다.
1시간 정도 이리저리 헤매며 걸으니 팔달문에 도달했다.
아쉬운 부분은 성곽이 팔달문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상가가 밀집되어 불가피했겠으나 좀 더 완전한 모습으로 성곽이 제대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남수문은 팔달문에 이어진 전통시장의 어수선한 길을 지나야 나오므로 찾기 쉽지는 않았다.
남수문에서 다시 시작된 성곽길에서 만난 첫 번째 건물...
길은 대부분 잘 포장되어 있으나 짧은 구간은 비포장이었다.
성곽길의 3/4 지점인 동장대와 연무대 광장.
시원한 바람을 이용해 연을 날리는 시민들도 보였다.
동북각루는 독특한 모양의 방화수류정인데 앞에는 인공연못인 용연이 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수원에는 수원천이 있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홍예교와 화홍문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
근 두 시간 만에 처음 출발지인 장안문에 다시 도착했다.
다리는 무거웠지만 구름이 태양을 가려주고 후텁지근하지만 바람이 계속 불어와 땀을 식혀주어 즐거운 걷기 여행이었다.
장안공원 버스정류장에서 이번엔 310번을 타고 수원역으로 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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