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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베네치아-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는 거대한 드라마 세트장 같은 곳이었다. 건물의 1층은 골목길의 좁고 넓음에 관계없이 기념품 가게나 음식점, 공방 등으로 채워져 있고 2층은 관광객을 위한 숙소 등으로 쓰이고 있어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거주민 축출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숙박은 배에서 해결하고 잠시 동안의 관광만 즐기고 가는 초호화 대형 유람선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는 하절기에는 식수도 부족해져 이곳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진다고 하니, 그들이 피켓을 들고 이곳 리알토 다리 정상에서 관광객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이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의 갈림길에는 반드시 산 마르코 광장을 가리키는 조그만 안내판이 있어서 우리는 마침내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인구 밀도가 높아 조그만 땅이라도 이용해야만 하..
2022.07.12 -
20170607-베네치아-리알토 다리
6월 7일 수요일, 일어나 호텔 1층에 있는 간이식당으로 조식을 먹기 위해 내려갔다. 키가 크고 건장한 아프리카 계 지배인이 밝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굿모닝을 날려 주었다. 우리도 그 밝은 기운에 공명이 되어 같은 단어로 화답해 주었다. 그가 가져다준 드립 커피는 여태껏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어떤 커피보다도 풍취가 좋았다. 우리는 감탄을 연발하며 빵과 커피를 먹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끔찍할 정도라고 한다. 가장 허름했던 피렌체의 여인숙 같은 호텔에서도 커피 머신은 있었고 원두를 직접 내려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해 주었다. 지배인의 접객 태도는 요란한 친절은 아니었으나 이방인인 우리에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호의를 보여 주기에는 충분했다. 몸과 마음을 에너지로 충전한 다음 버스를 타고..
2022.07.12 -
20170606-베네치아-아드리아호텔
여행객에게는 은혜로움 그 자체인, 베로나 시가지 중심에 있던 맥도널드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무료 화장실도 이용한 다음 베니스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무사히 메스트레 역에서 내렸다. 베니스 가는데 웬 메스트레 하겠지만 베니스행 열차의 종착역은 당연히 베니스 중앙역이다. 그러나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호텔을 알아보았을 때 베니스 구시가지 안에 있는 호텔 숙박비는 엄청난 수준을 보여 주고 있었고 방의 상태도 그리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 한인 민박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위치 또한 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따라서 차량 통행이 전혀 불가능한 구시가지의 울퉁불퉁한 도로 위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이동해야 하는 고통은 덤이었다. 또 ..
2022.07.12 -
20170606-베로나
6월 6일 화요일, 베로나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어젯밤에 생각해 두었던 수많은 영어 단어와 문장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호텔 지배인은 에어컨 사용료 15유로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고 원래 예약했던 비용만을 나에게 현금으로 요구했다. 시끄럽다는 나의 불만을 감안해서일까 아니면 원래 안 받는 것인데 동양인인 나에게 겁만 준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직접 물어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조용히 그리고 재빨리 호텔 문을 나섰다. 그런데 한참을 걸어오고 나서야 현금으로 숙박비를 지불하고서는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다시 갔다가 올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어 부득이하게 이탈리아의 신뢰 시스템을 믿고 그냥 가는 수밖에..
2022.07.12 -
20170605-코모
6월 5일 월요일, 코모로 가기 위해 다시 밀라노의 역으로 나왔다. 오늘 일정은 코모까지는 기차로 이동, 코모 중앙광장에 있는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벨라지오에서 하선, 동네 한 바퀴 구경 후 버스를 타고 코모 광장으로 돌아와 푸니쿨라를 타고 코모 산 정상 부근의 마을 브루나테 구경, 내려와 코모 광장 한편에 있는 볼트 박물관 구경 후 밀라노 귀환이었다. 코모는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조성된 코모호을 끼고 있는 호반 도시로 산업혁명기에는 견직물 공업이 유명하였으나 지금은 조용한 휴양도시로 더 각광받고 있어 호수 주변 곳곳에는 세계적인 부호들의 호화로운 별장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기차는 정시에 가리발디 역을 출발하였다. 30분쯤 지났을까 기차는 이름 모를 역에 정차하더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
2022.07.12 -
20170604-밀라노-스포르체스코성
다음으로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스포르체스코 성. 이곳은 밀라노의 군주였던 비스콘틴 가문 소유의 성이었으나 나중에 그 사위가 된 스포르차의 가문으로 개축되어 스포르체스코 성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 성을 둘러싸고 있는 녹지공간이 셈피오네 공원으로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싸 들고 와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나무 그늘에 앉아 밀라노의 휴일을 잠시 즐겼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한쪽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젊은 무리들이 춤 같은 것을 추고 있었는데 브라질의 전통 무예 카포이에라를 연마하는 젊은이들이 시범공연을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갤러리아. 우리는 출국 전 지인으로부터 부여받은 엄중한 사명을 수행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이르렀다. 보테가베네타. 이..
2022.07.12